은교 (2012)

7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정만식, 박철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9 분 | 2012-04-25
글쓴이 평점  

 

 

개봉한 지 얼마 안되어서 4월 말쯤 영화를 보고왔는데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느라 한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쓴다.

 

 

영화 '은교'는 개봉 전부터 배우 김고은의 파격 노출로 이슈화 되었던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 박범신 작가를 좋아했기에 영화를 보기 전 책부터 먼저 읽었다.

 

책과 영화는 분명 그 매체가 다르기에 같은 장면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 졌던 부분이 영화에서는 조금 더 정교하게 다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주인공 해리가 이 장면에서 어떻게 지팡이를 휘두를 것인지에 대한 상상은 독자라면 한번 쯤 가져볼 만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설 '은교'를 보면서 이 장면은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묘사 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지를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든 전체적인 소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물론 감독도 감독 나름의 이유에서 그리 했을테고 또 정지우 감독만의 영상미를 영화 안에 담으려고 노력 했지만

원작을 살리기에는 영화는 역부족이었다.

 

 

먼저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원작의 스토리를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

한낱 성욕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그러한 감정선이 소설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적요, 한은교, 서지우의 시선에서 본 여러 시점에서의 사건들은 어떤 장면에서는 은교로, 어떤 장면에서는 이적요 시인으로 작품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영화는, 본래 영화에서 상업성을 빼 놓을 순 없지만, 원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부분 무시한 채

이적요, 한은교, 서지우의 관계를 한낱 10대 여고생에게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70대 노인과 30대 작가로 묘사해 버렸다.

감독은 그렇게 해야 좀 더 자극적인 소재라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생각했나?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던 '노란 머리 소년'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루어 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나는 스토리의 전개상 이 '노란 머리 소년'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소설 '은교'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영화에서 아예 없었다는 것은 과연 감독이 이 작품을 얼마나 이해했는가의 문제로도 결부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영화의 연출, 특히 결말 부분에서 서지우는 이적요의 그러한 행동에 '분노'라는 감정 보다는 '슬픔'이라는 감정이 더 우선시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서지우는 분노에 차있다.

또한 은교가 책을 들고 서지우의 오피스텔로 찾아가는 장면, 그 안에서의 대사 등등...

 

이러한 왜곡된 연출 하나하나가 작품 원작의 의도를 망가뜨렸다고 본다.

 

 

배우 박해일.

물론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부터 좋아했던 배우고 연기력도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배우지만

이 영화에 그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70대 노인 역할을 맡은 박해일은 물론 특수 분장으로 겉모습은 그럴듯 하게 갖추었지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닌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영화에 더욱 집중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캐럭터와 배우가 하나로 보이는 것이 아닌,

박해일은 너무나 유명한 배우였기 때문에 분명히 70대 노인을 연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감독은 그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은교를 안는 상상을 위해서 그를 캐스팅 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았더라도 젊은 시절은 젊은시절대로, 늙은 시절은 늙은시절대로 촬영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 캐스팅도 영화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이다.

 

 

이적요의 서재나 은교의 첫 등장 같은 경우에는 정지우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보였던 부분이지만

정말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 '은교'를 본 사람들에겐 자극적인 소재의 그저그런 멜로, 드라마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작품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단지 영화를 통해서 깨닫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요소들이 있다.

 

다른 감독이었더라면 조금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Posted by 곰지하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박범신의 소설 '은교'는 70대 노인 이적요와 10대 소녀 은교,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이적요의 제자인 서지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구성된다.

2010년 작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게 된 이유는 곧 소설 '은교'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관계라는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현재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사실 영화화 된 수많은 소설 - 공지영의 도가니 라던가 - 의 원작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영화나 소설의 예술성에 관계 없이 예측 가능한, 이미 알고 있는 줄거리를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싫어하기 때문...ㅎㅎ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면 보러 갈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는 책 이름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인 '한은교' 이름에서부터 순수하기도 하면서 금기시?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이적요와 서지우의 시점에서 번갈아 서술되는데

이적요가 쓴 글을 읽으면서는 이 때 서지우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도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영화가 곧 개봉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소설에서의 이 장면이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나름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

 

문학작품 평론가나 다른 기사에서도 그러하듯이

70대 노인인 이적요가 아끼는 한은교라는 소녀는 그다지 외적으로 예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의 캐스팅을 봐도 김고은이라는 신인 배우는 이목구비의 아름다움보다는

소녀만의 싱그러움과 그 눈빛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 여겨진다.

3일정도 뒤면 영화가 개봉되는데 정지우 감독이 장면 구성을 어떻게 하였을지 가장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다시 소설을 한번 더 읽으면 느낌이 좀 다르려나.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