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순서대로 사진 및 글 정리, 포스팅을 할까 하다가 어제 갔던 더블린 근교 여행 중 브래이(Bray)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 먼저 정리!


이번 아일랜드 여행은 더블린(Dublin)에서의 3박으로 마무리 되는데, 3일 내내 더블린에만 느긋이 있을까 하다가 왠지 탁 트인 바다가 보고싶은 마음에 근교에 잠시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도 영국처럼 날씨가 좀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많은 날이 많아서, 날씨도 화창해서 바다 보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호스텔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우리나라의 경춘선/1호선 같은 느낌의 다트(DART)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된다고 했다. 마침 묵고 있는 호스텔이 역에서 5분정도 거리에 있어서 이동하기도 편했다.


더블린 시티센터 - 타라 스테이션(Tara Station)에서 - 브래이까지 DART 편도 요금은 3.8 유로지만 왕복으로 하면 6.85 유로라서 왕복 표를 끊을까 잠시 고민했다. 브래이가 마음에 안들면 빠르게 계획을 변경하여 중간에 킬라이니나 던리어리를 들러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물론 오산이었다ㅠㅠ) 버스보다 기차를 좋아하는지라 원래는 골웨이(Galway) 갈 때도 기차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짐도 있고, 가격도 2배나 차이가 나서 버스를 탔던 것이 내심 아쉬웠는데, 브래이행 DART로 대리만족 :)



보통 20~30분 정도에 한대씩 있는 것 같은데 운이 좋아서 기다리지 않고 거의 바로 탈 수 있었다. 진행방향 기준으로 왼쪽에 앉아야 해변을 보면서 갈 수 있다.

이것 저것 생각도 하고, 가져온 두번째 책도 읽고, 셀카도 몇장 건지고. '-'


거의 내릴 때가 다 되어서야 다트 안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브래이 도착.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거의 다 차로 오는 사람들이라서, 다트를 타고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음.

햇살에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사진도 대충 폰으로 방향만 맞춰서 아무데나 찍음.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인지 잘 나왔다.



버스 알아보는 것도 귀찮고,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해서 무모하지만 마을 전체를 걸어다녀 보기로 했다.


전문적인 관광도시는 아니라서 투어리스트 센터나 친절한 표지판은 찾지 못했지만 뭔가 엄청 안전해보이는 평화로운 도시였다. 마을을 걸어다니는 내내 수상한 인물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인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_- 트립어드바이저에도 몇개 음식점이 나와있긴 한데 맛집으로 유명한 그런 음식점은 없었던 듯.




아일랜드 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이렇게 곳곳에 꽃이 있는데, 아마 국가에서 관리하는 거겠지?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양이 부케같기도 하고... ㅋㅋ 괜히 기분 좋아짐 :)


사실 브래이에 온 이유는 세계에서 제일 예쁜 맥도날드 중 하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뭐 맥도날드가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냐마는...

여행자에게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뭐랄까, 무료 와이파이와 화장실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허기짐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오죽하면 저 멀리서 간판을 보기만 해도 뭔가 심적으로 안정되고 (왠지 안에 들어가면 소매치기나 강도로부터 안전할 것 같은 느낌)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앞에서 사진이라도 하나 찍을까 하다가 근 30분을 땡볕에서 걸어서 탈진 직전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생략.



생각보다 그렇게 예쁘거나하진 않았지만 나름 맥도날드와 맥카페가 함께 클래식한 목조 건물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절대 장난감이 탐나서가 아닌,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양이 필요해서 오늘의 점심은 해피밀로.



그리고 한시간 정도 마을을 걸어다니다가(라고 쓰고 헤매다라고 읽는다) 음악 틀어놓고 빈 거리를 흥얼거리며 활보하기도 하고 Tesco 들어가서 쇼핑도 했다.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해변가에 가서 앉아있기로 했다.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었군ㅋㅋㅋㅋㅋ



물 속 해초들이 다 보일 정도로 맑아서 갈아입을 옷과 짐을 지켜줄 동행만 있었더라면 아마 바다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을 거다. 하늘도 너무 예쁘고. 해변가에 앉아서 한참동안 바다 바람을 맞으며 있었는데, 여기 바다 바람은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이나 소금기가 없어서 오래 있어도 그다지 찝찝한 느낌이 없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기분이 울적하거나 센치해질 때면 바다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는데.


옆에 꼬마애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길래 나도 사서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아이스크림 접사에 도전했다.

그리고 곧 알게 되었다 -_- 햇빛이 내리쬐고 바다 바람이 슝슝부는 해변가의 아이스크림 사진은 아마도 합성일 것이라는 것을.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줄줄 흘러내리는데...ㅎㅎㅎ후... 

대충 한장 찍고 물티슈로 얼른 정리하고 2분만에 황급히 먹어치웠다. 세상에.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녹아내릴 것 같아 불안하다.

2유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



해변의 남쪽 언덕을 올라가면 해안선을 따라 쭉 길이 나 있는데, 총 6 km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나도 체력이 남아 있었더라면 산책겸 해서 걸었을 텐데. 이미 4시간에 걸친 마을 탐방으로 체력을 소진한지라 1 km 정도만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브레이에서 마지막으로 본 해변가의 놀이공원.

진짜 책에서만 보던, 바다가 보이는 작은 놀이공원이다. 사진엔 바다가 아주아주 살짝 보이지만, 나름 이 놀이공원 때문에 작은 마을이 활기차진 느낌.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 많았다 ㅜㅜ 얘넨 다 놀기만 하나... 생각이 들며... 이제 얼마 후로 다가온 일상으로의 복귀가 다시 마음을 무겁게함 ㅠㅠ


으아 돌아가기 싫다 :(

매일 여행하면서 맛있는거 먹고 돌아다니고 책읽고 글쓰고 그러고픔... 은 터무니 없는 상상! 이휴.

Posted by 곰지하

숙소 찾기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출국 일주일 전에야 겨우 대략적인 여행 일정과 숙소를 정했다. 여행 갈 때마다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지는 않지만, 왠만하면 숙소는 도착하고 3일정도는 예약해 두려고 하는 편이다. 신체 건장한 남자라면 공원이나 성당에서 노숙이라도 하겠지만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숙소를 못구하면 다음날 꼬질꼬질한 상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차질이 있기 때문.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위치와 청결도 그리고 가격이다. 사실 왠만큼 비싼 호스텔이나 프라이빗룸은 에어비앤비나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나을 때가 있어서… 보통 1박에 20유로 이내로 해결하려고 한다. 작년에 물가 싼 동유럽에 다녀와서인지 1박에 30유로가 넘는 아일랜드 더블린 호스텔 가격을 보고 경악. 성수기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러군데 찾아봤는데 더블린에는 한인민박 같은건 없는 듯 하다. 여태까지 한번도 한인민박에 묵었던 적이 없는데, 왠지 이번 여행은 한인민박에 가보고 싶더라니…. 어쨌든 없는대로 그냥 호스텔 찾기.



대충 오코넬다리, 트리니티 칼리지 쪽이 시티센터 인것 같고, 템플바에서 왠지 늦게까지 있을 것 같아서 귀가에 안전한 근처 지역으로 선정. 예약은 호스텔 사이트에서 직접 하는 거나 booking.com 에서 하는 것이 차이가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는 booking.com에서 호스텔 예약. 더블린의 Abbey court hostel 1박이 마침 특가로 나와있어서, 13.5 유로에 예약하고 결제는 현장에서 유로로 했다.



리셉션의 친절했던 호스텔 매니저들~~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city map도 주고 원래 체크인 시간이 14:00인가 14:30부터인데 정오쯤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샤워나 공용시설 이용은 가능하다고 해서… 장기 비행으로 꼬질꼬질+앞머리 기름진 상태라 일단 샤워부터 하기로 했다. 물 온도가 조절이 안됐지만, 적당해서 쓸 만 했고 그런거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불평않고 쓰기로함.



여성 전용 도미토리도 있고 혼성 도미토리도 있었는데 여성 전용으로 예약할 수 있었고 샤워실이나 파우더룸도 갖춰져 있어서 좋았다. (파우더룸 조명이 개꿀) 그런데 샤워실 바로 앞으로 아무나 다 지나갈 수 있어서, 실질적인 여성 전용이라는 느낌은 안들었음. 10인실 룸이었는데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이지만 방이 꽤 큰 편이어서 옆사람이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나는 그냥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여긴 온 벽에 그래피티랑 무늬들이 있어서 다소 정신사나웠음. 내가 배정받은 방은 기네스룸이었는데 (베드 번호까지 배정) ㅋㅋㅋ 기네스룸이라니 여행 초반부터 맥주를 마신 느낌이야. 역시 방문앞에도 정신사나운 그림.




분명 3번 베드를 배정받았는데, 침대도 어질러져 있고 시트도 안갈아져 있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리셉션 가서 이 사진 보여주면서 “I think you should check the bed.” 했더니 알아서 해준단다. 그리고 2시에 트리니티 칼리지 캠퍼스투어가 예정되어 있어서 방을 나옴.



전반적으로 조식은 괜찮았다. 이 호스텔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거…ㅋㅋ

일단 뮤즐리를 비롯한 씨리얼이 여러 종류 있었고, 나름대로 과일도 있었고 커피도 물에 그냥 타마시는게 아니라 좋았다. 그리고 다른 호스텔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 보통 빵이랑 버터, 잼만 주는데 - 햄이랑 치즈라니ㅋㅋㅋ 13.5유로에 룸+조식 포함인데 이정도면 너무나 만족… :)



체크아웃 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호스텔 이곳 저곳을 둘러 보던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곳. 이걸 왜 지금 발견했는지. 야외 테라스 같은 곳이었는데 밖이라서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우산 색감도 그렇고,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왜 이 공용 공간을 발견하지 못한거지…ㅜㅜ 지하라서 좀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다이닝룸, 영화, 인터넷 등 쓸 수 있는 공간과 아기자기한 작은 펍. 전날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체크아웃 후 짐 맡기기는 2유로.



전반적으로 호스텔에 대한 인상은, ‘정신없다.’ 였지만 나름 착한 가격에, 맛있었던 조식, 그리고 인터넷 및 휴게공간까지 잘 사용한다면 괜찮은 곳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밤에 골아떨어져 자긴 했지만 침대가 좀 삐걱거렸던듯. 다음번에 더블린에 다시 온다면 돈 좀 더 주고 다른 호스텔에서 묵을 듯 하다.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짐 옮기다가 죽을뻔. 위치가 시티센터에 가까워서 좋긴 했지만, 역시 위치와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으니 다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건가.



* 더블린 abbey court hostel 요약 *

가격: ★★★★★ : 1박, 13.5 유로

청결: ★★★☆☆

위치: ★★★★☆

조식: ★★★★☆

시설: ★★☆☆☆

Posted by 곰지하

세번째 밟는 유럽 대륙.

단체 배낭여행 서유럽 10개국.

발길 닿는대로 혼자 떠난 동유럽 4개국.

이제 세번째, 섬나라 아일랜드 Dublin and Galway.

여행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방문하는 도시나 나라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여행에 나름의 철학과 노하우가 생긴 듯 하다.



설렘보다도 아직 현실에서 못벗어난, 고통으로 시작된 여행 시작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공항부터인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공항에서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급하게 보딩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항상 찍는 여권+보딩패스 사진도 못찍었을까...-_-

분명히 30분부터 보딩이고 40분에 탑승마감이라고해서, 게이트 앞에서 이코노미석 줄서서 기다리는게 싫었던지라 37분쯤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총총 걸어갔는데ㅋㅋㅋㅋㅋㅋ 게이트 앞에서 승무원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가시는 ㅇㅇㅇ님~~~!!" 이러면서 나를 엄청 찾고 있더라.........ㅠㅠ 뭐야 40분까지 타도 된다며..... 왜 내가 마지막 승객인건데ㅋ.. 내가 들어가니까 마지막 승객 탑승하셨다고 무전치더라. 난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가족들 선물사느라 보딩시간 2분? 남기고 탄게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행기 놓칠뻔한 민폐승객ㅋ 경험일 줄 알았는데 오늘 또...ㅋ...민망민망. 


어쨌든 미리 체크인한 덕분에 (카페 같이 있었던 곙이 감사감사) 항상 애용하는 비상구 좌석 겟ㅋㅋ


비상구 좌석은 장거리 비행시 특히 꿀인데 일단 앞사람이 의자 젖히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 갈 때 눈치 안보이고, 다리 쭉 펴도 되서 편하고, 모니터 각도도 딱 정면이 아니라 좀 조절 가능하다는점! 항공사마다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는 것 같긴 한데, 왠만하면 무료라서 나는 체크인이 시작되는 3시간 전에 공항에 가서 비상구 좌석으로 지정해달라고 하거나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한다. 단점이라면 좀 불안정한 느낌의 테이블과 이착륙시 승무원과 마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ㅋㅋㅋ 그치만 옛날에 대한항공 탔을때는 엄청 훈훈하신 남자승무원분이 계셔서... 덕분에 눈호강. *_*


이번 여행에 이용하게 된 항공은 네덜란드 KLM 항공. 나름 국적기라서 기대 했는데, 외국 항공사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서비스가 왜 좋다고 평가받는지 알 것 같다. 왜 기내용 슬리퍼도 없나요-_- 이코노미라서 안주는 건 아니겠지. 체코항공은 이륙하자마자 기내용 칫솔+치약 챙겨줘서 여기도 그럴줄 알고 일부러 수화물로 칫솔+치약 부쳤는데 KLM 항공은 그런거 없나봄. 덕분에 10시간 넘는 비행 내내 운동화와 양치 못해 찝찝한 상태로 있게되었다. ^.^


이륙하니 음료를 고르래서, "What do you serve?" 물어보니 "orange juice, apple juice, water, red and white wine" 이라고 대답하길래, 보통은 부담없는(?) 맥주를 마시는 편이라 왜 맥주는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와인으로 근심을 잊고 잠에 들기 위해서 레드와인을 달라고 했다. 너무 드라이하지도, 스윗하지도 않았던 무난한 까베르네 소비뇽 남미산 레드와인. 안주로 준 캐슈넛과 그럭저럭 먹을만 했음.



KLM 항공 기내식을 글루텐프리밀로 특별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일반식으로 주문했는데, 여느 기내식이 그렇듯이 그럭저럭 그냥저냥 먹을만 했다. 문제는 이륙하자마자 한끼 먹이고 재운다음에, 착륙 1시간 30분 전에 또 밥을 준다는거...? 소화가 거의 안된지라 두번째 기내식은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왠지 내가 자는 동안에 간식도 한번 줬을 것 같은데... 원래 없는건지 안주는건지!


첫번째 기내식은 불고기? 같은 느낌의 소고기 요리였는데 부드럽고 괜찮았고.. 사실 고기보다도 키위랑 오렌지랑 과일들이 맘에 들었음. 김치도 줬는데 내가 개봉도 안하고 있으니까 옆에 앉으신분이 자기 친구 갖다준다고 하셔서 그냥 줘버렸다. 두번째는 무난한 오믈렛이었는데 한 반정도만 먹고 요거트 몇숟가락 떠먹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마무리. 전반적으로 먹을만은 했지만, 와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비행에서는 처음으로 날개 앞쪽으로 앉게 되었는데, 확실히 소음도 덜하고 흔들림도 덜 한 것 같다. 왜 first class 좌석들이 앞쪽에 있는지 살짝 체감한 느낌? 깜깜해서 밖은 거의 아무것도 안보였고.. 창밖으로 살짝 보이는 날개를 보며 '저 날개가 부러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하는 쓸데없는 망상. 자다가 깨다가 책좀 읽고 다이어리 좀 쓰고 하니까 벌써 착륙이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 대기중.

환승 기다리며 할 만한 걸 찾아봤는데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싱가폴 창이 공항처럼 유럽 항공사들의 기점? 느낌이라 환승 시설이 엄청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공항내 호텔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고 하는데, 환승 시간이 4시간으로 좀 애매해서 이용하긴 좀 그래서 그냥 면세물품 정리하고 카페에서 영화보며 시간 때우기로.


방금 비행기에서 기내식과 아메리카노 마시고 내렸지만 금방 또 출출해져서 스타벅스에서 톨사이즈 라떼랑 작은 크로와상 햄치즈 프레즐을 시켰다. 근데 톨사이즈 시켰는데 숏사이즈 줌... 처음에는 아 유럽은 컵 크기가 다른가? 하고 멘붕하고 있었는데, 스벅 호갱의 눈을 속일 순 없지. 이건 분명 숏사이즈라고 판단 후 파트너에게 이거 톨 맞냐고 물어봄... 그러니 파트너가 음? 그거 숏인데?ㅋㅋㅋㅋㅋ 라고 해서 영수증을 보여줬더니 다시 만들어 준단다. 그리고 "Do you want a big size for compensation?" 뭐 이런식으로 엄청 빠르게 휙 물어봤는데 big, compensation만 듣고 "Umm, okay" 했더니 벤티인지 그란데인지 모를 여튼 큰 라떼를 만들어 줬다. ㅠㅠ 나름 카페인 양 조절한다고 톨 시킨 거였는데...ㅎㅎ...


  

그리고 계속계속 미뤄두었던 영화 원스 보기. 요즘 너무 집중이 안되어서 내가 혹시 ADHD는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던듯. 모든 폰의 알림과 알람을 끄고 나니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여기 앉아 있으면서 바로 앞에서 수많은 비행기들과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영화 이상으로 좋았다. :)

가족들에게 암스테르담 도착이라는 연락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을 왔다는 설렘과 기대보다는 이 여행이 끝나고 다시 돌아가면 일상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울컥하며 또 답답해지기도 하고. 무한반복. 언제쯤 괜찮아질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긴 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일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다른 일도 잘 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기는 하나, 아직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나보다.



약 4시간 30분을 기다린 후에 드디어 더블린으로 가는 에어링구스 비행기 환승!

환승하러 가는 길에 2유로 하는 안마 기계를 보았지만 저걸 했다가는 진짜 비행기를 못타게 될수도 있었으므로 패스. 에어링구스로 환승 후에 1시간 30분정도 가면 더블린이란다. 어쩌다 보니 여기도 가장 앞좌석인 1A에 앉게 되었는데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듯.



하늘 아래로 보이는 암스테르담? 맞겠지.ㅋㅋ 분명 오긴 왔던 곳인데 거의 한나절밖에 있지 못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 곳. 다음에 네덜란드에 오게되면 풍차마을이랑 튤립 꼭 보러 가야지.

더블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라는 일본 작가의 책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것이 잘 읽힌다. 나름 분위기가 휴가에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고.



실내에만 계속 있다가 나와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몰라도 공기가 청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일랜드 여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날씨 때문이다.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지 않는, 살짝 쌀쌀한 바람이 불기도 하고 낮에는 덥기도 한, 그런 완연한 가을날씨다. 더블린 공항 도착 후 미리 예매해 둔 aircoach 정류장으로 향했다. 왕복 11유로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나가는 길을 지나는데 문득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그 택시 안이 스쳐지나간건 왜일까.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곧게 뻗은 도로 그리고 화창한 날씨와 대조되는 다소 무거운 마음.


더블린 시내로 GO GO.

Posted by 곰지하

시간은 왜이리 빠른지, 일단위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 단위, 월 단위로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1년에 딱 한번, 일주일 휴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터 무엇에 대한 보상심리인지는 몰라도(아마 평소의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때문이 아닐까) 머리속엔 이미 휴가 때 뭘 하면 좋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본, 중국, 싱가폴,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동부, 캐나다 서부,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벨기에, 독일 등등...

내 나이대 치고는 그래도 꽤 많은 나라에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막상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는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대만은 여름에 가기에는 너무 덥고, 습한데다 최근에 지진도 일어났다 해서 불안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되지 않고, 미국 서부도 운전 못하는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는 다소 심심해 보였기에, 지도를 띄워놓고 한참동안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추천 받아보기도 했는데 작년에 꽤 오랫동안 싱가포르에 있었던지라, 베트남,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의 여행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여태까지 방문했던 곳 중엔 프라하와 체스키크룸로프가 best city 였는데, 나름의 공통점은 중세유럽의 느낌이 남아있는, 엄청나게 큰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위스 인터라켄의 대자연보다도 루체른의 아기자기함이 끌렸었고,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호수와 산보다도 마을의 구석진 좁은 골목길이 마음에 들었었으니까. 같은 맥락에서 에스토니아의 탈린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 산토리니, 카파도키아 등등 구글 지도에 버킷리스트라며 저장해 놓은 지역들을 로드뷰로 방문해보기도 하고 한참동안 웹서핑을 하던 와중에 눈에 띄게 된 아일랜드 더블린. 요즘 테러와 브렉시트의 여파로 유럽 전체가 흉흉하다는데 뭔가 섬나라라 혼자 여행하기에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핀란드 헬싱키-에스토니아 탈린과 잠시 고민하다가 미련없이 더블린행 표를 티켓팅 했다.


인천공항에서 아일랜드 더블린까지는 직항이 없어 파리나 런던,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가야한다.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성수기 치고 110만원대에, 괜찮게 표를 구했는데 코드쉐어를 하여 갈 때는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네덜란드 KLM항공, 올 때는 파리를 경유하는 대한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왕복 대한항공이었는데 암스테르담에서 더블린 가는 에어링구스 비행기 경유에서 수화물 문제가 있어서 KLM 항공을 처음 이용해 보게 되었다. 작년에 프라하 갈 때는 체코항공, 돌아올때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했는데 외국 항공사도 꽤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택시비가 아까워 꾸역꾸역 걸어다니거나 버스타고 다니고, 백화점에서 옷도 못사는 짠순이지만 여행 갈 때 만큼은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숙박비 좀 아껴보려고 게스트하우스 24인실과 6인실, 4인실을 고민하는 나-_- 물론 일주일 남짓한 휴가에 항공권으로만 110만원 이상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여행의 시작은 공항 가는 길부터라고 생각하고, 장거리 비행 자체가 또 흔히 겪어볼 수 없는 일이기에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여행 시작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길에 앉아 엉엉 울뻔. 그렇지만  조금 자고 나니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마음도 안정되었다. 역시 스트레스에는 잠이 최고인가? - 이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번 글에는 패스.


얼마 전, 여행을 통해서 진짜로 나를 발견하고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사진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글을 읽었다. 생각해보니 파리의 에펠탑 앞이 시끄럽고 위험하고 그다지 낭만적이라고 느끼지 않았지만 오래된 지난 사진을 보며 #프랑스#파리#에펠탑#여행#로맨틱#낭만적? ㅋㅋㅋ 하며 기억을 왜곡하며 추억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카메라와 삼각대 대신 2권의 책과 노트북, 다이어리, 잘 나오는 펜을 챙겼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재충전의 여행이 될 수 있기를.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