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이지만 오늘따라 스쳐가는 생각이 많아 간단히 의식의 흐름대로 퇴고 없이 기록.


요즘들어 나에 대한, 그리고 다른 사람에 관련된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10분 남짓한 출근길과 퇴근길이다. 보통 정신 없는 출근시간 보다는 그나마 하루 일과를 어느정도 마친 퇴근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데 일부러 오버사이즈로 주문한 넉넉한 후드를 뒤집어쓰고 좋아하는 음악을 한껏 크게 틀어놓고 걷노라면 가끔은 살아있음에 행복하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오늘 하루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수고의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때로는 반성과 다짐을 하기도 한다. 마음에는 두고 있지만 쉬이 연락하지는 못하는 보고싶은 사람들, 예를들어 오랜 은사님이라던가 한 때 일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복에 겨운 투정아닌 투정을 부려보기도 하며 살짝 기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축제를 잠깐 구경하러 갔었다. 큰 음악이 있는 곳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항상 조용하거나 조용히 해야만 하는 곳에 있다가 나오니 기분 전환이 되는듯 했다. 약간은 쌀쌀한 밖의 날씨와 한껏 들뜬 분위기는 묘하게 대조를 이루어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고무줄 같은 성향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선까지 버티다가 한 순간 어떤 지점을 지나쳐버리게 되면 될대로 되라, 하고 포기하는 식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 그리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나에 대한 시험에 쉽게 고치기가 어렵다.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적게 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적게 하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요즘 필요없는 말들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며, 시덥잖은 말들이 아닌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도록 해야지.


실타래가 엉켜있을 때 어디부터 풀지 몰라 일단은 겁먹게 되는데,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을 때도 그런 것 같다. 동시에 다섯가지 일을 진행해야만 한다면 이 것을 모두 잘 해낼 수 있는 최적의 스케쥴은 뭘까.


가끔은 운명이란게 정말 있나 하고 생각될 때가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기에, 누군가에게 이해를 바라도 안될 것이며 괜한 한탄을 늘어놓으며 연민이나 위로를 받으려해서도 안될 것이고 또한 합리화로 약해지려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 혼자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고 가져가야 할 몫이니까.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지만 좀 더 단단해지고, 강해져야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딘가에 안겨서 펑펑 울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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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