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찾기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출국 일주일 전에야 겨우 대략적인 여행 일정과 숙소를 정했다. 여행 갈 때마다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지는 않지만, 왠만하면 숙소는 도착하고 3일정도는 예약해 두려고 하는 편이다. 신체 건장한 남자라면 공원이나 성당에서 노숙이라도 하겠지만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숙소를 못구하면 다음날 꼬질꼬질한 상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차질이 있기 때문.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위치와 청결도 그리고 가격이다. 사실 왠만큼 비싼 호스텔이나 프라이빗룸은 에어비앤비나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나을 때가 있어서… 보통 1박에 20유로 이내로 해결하려고 한다. 작년에 물가 싼 동유럽에 다녀와서인지 1박에 30유로가 넘는 아일랜드 더블린 호스텔 가격을 보고 경악. 성수기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러군데 찾아봤는데 더블린에는 한인민박 같은건 없는 듯 하다. 여태까지 한번도 한인민박에 묵었던 적이 없는데, 왠지 이번 여행은 한인민박에 가보고 싶더라니…. 어쨌든 없는대로 그냥 호스텔 찾기.



대충 오코넬다리, 트리니티 칼리지 쪽이 시티센터 인것 같고, 템플바에서 왠지 늦게까지 있을 것 같아서 귀가에 안전한 근처 지역으로 선정. 예약은 호스텔 사이트에서 직접 하는 거나 booking.com 에서 하는 것이 차이가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는 booking.com에서 호스텔 예약. 더블린의 Abbey court hostel 1박이 마침 특가로 나와있어서, 13.5 유로에 예약하고 결제는 현장에서 유로로 했다.



리셉션의 친절했던 호스텔 매니저들~~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city map도 주고 원래 체크인 시간이 14:00인가 14:30부터인데 정오쯤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샤워나 공용시설 이용은 가능하다고 해서… 장기 비행으로 꼬질꼬질+앞머리 기름진 상태라 일단 샤워부터 하기로 했다. 물 온도가 조절이 안됐지만, 적당해서 쓸 만 했고 그런거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불평않고 쓰기로함.



여성 전용 도미토리도 있고 혼성 도미토리도 있었는데 여성 전용으로 예약할 수 있었고 샤워실이나 파우더룸도 갖춰져 있어서 좋았다. (파우더룸 조명이 개꿀) 그런데 샤워실 바로 앞으로 아무나 다 지나갈 수 있어서, 실질적인 여성 전용이라는 느낌은 안들었음. 10인실 룸이었는데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이지만 방이 꽤 큰 편이어서 옆사람이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나는 그냥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여긴 온 벽에 그래피티랑 무늬들이 있어서 다소 정신사나웠음. 내가 배정받은 방은 기네스룸이었는데 (베드 번호까지 배정) ㅋㅋㅋ 기네스룸이라니 여행 초반부터 맥주를 마신 느낌이야. 역시 방문앞에도 정신사나운 그림.




분명 3번 베드를 배정받았는데, 침대도 어질러져 있고 시트도 안갈아져 있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리셉션 가서 이 사진 보여주면서 “I think you should check the bed.” 했더니 알아서 해준단다. 그리고 2시에 트리니티 칼리지 캠퍼스투어가 예정되어 있어서 방을 나옴.



전반적으로 조식은 괜찮았다. 이 호스텔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거…ㅋㅋ

일단 뮤즐리를 비롯한 씨리얼이 여러 종류 있었고, 나름대로 과일도 있었고 커피도 물에 그냥 타마시는게 아니라 좋았다. 그리고 다른 호스텔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 보통 빵이랑 버터, 잼만 주는데 - 햄이랑 치즈라니ㅋㅋㅋ 13.5유로에 룸+조식 포함인데 이정도면 너무나 만족… :)



체크아웃 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호스텔 이곳 저곳을 둘러 보던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곳. 이걸 왜 지금 발견했는지. 야외 테라스 같은 곳이었는데 밖이라서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우산 색감도 그렇고,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왜 이 공용 공간을 발견하지 못한거지…ㅜㅜ 지하라서 좀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다이닝룸, 영화, 인터넷 등 쓸 수 있는 공간과 아기자기한 작은 펍. 전날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체크아웃 후 짐 맡기기는 2유로.



전반적으로 호스텔에 대한 인상은, ‘정신없다.’ 였지만 나름 착한 가격에, 맛있었던 조식, 그리고 인터넷 및 휴게공간까지 잘 사용한다면 괜찮은 곳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밤에 골아떨어져 자긴 했지만 침대가 좀 삐걱거렸던듯. 다음번에 더블린에 다시 온다면 돈 좀 더 주고 다른 호스텔에서 묵을 듯 하다.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짐 옮기다가 죽을뻔. 위치가 시티센터에 가까워서 좋긴 했지만, 역시 위치와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으니 다른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건가.



* 더블린 abbey court hostel 요약 *

가격: ★★★★★ : 1박, 13.5 유로

청결: ★★★☆☆

위치: ★★★★☆

조식: ★★★★☆

시설: ★★☆☆☆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