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밟는 유럽 대륙.

단체 배낭여행 서유럽 10개국.

발길 닿는대로 혼자 떠난 동유럽 4개국.

이제 세번째, 섬나라 아일랜드 Dublin and Galway.

여행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방문하는 도시나 나라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여행에 나름의 철학과 노하우가 생긴 듯 하다.



설렘보다도 아직 현실에서 못벗어난, 고통으로 시작된 여행 시작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공항부터인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공항에서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급하게 보딩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항상 찍는 여권+보딩패스 사진도 못찍었을까...-_-

분명히 30분부터 보딩이고 40분에 탑승마감이라고해서, 게이트 앞에서 이코노미석 줄서서 기다리는게 싫었던지라 37분쯤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총총 걸어갔는데ㅋㅋㅋㅋㅋㅋ 게이트 앞에서 승무원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가시는 ㅇㅇㅇ님~~~!!" 이러면서 나를 엄청 찾고 있더라.........ㅠㅠ 뭐야 40분까지 타도 된다며..... 왜 내가 마지막 승객인건데ㅋ.. 내가 들어가니까 마지막 승객 탑승하셨다고 무전치더라. 난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가족들 선물사느라 보딩시간 2분? 남기고 탄게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행기 놓칠뻔한 민폐승객ㅋ 경험일 줄 알았는데 오늘 또...ㅋ...민망민망. 


어쨌든 미리 체크인한 덕분에 (카페 같이 있었던 곙이 감사감사) 항상 애용하는 비상구 좌석 겟ㅋㅋ


비상구 좌석은 장거리 비행시 특히 꿀인데 일단 앞사람이 의자 젖히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 갈 때 눈치 안보이고, 다리 쭉 펴도 되서 편하고, 모니터 각도도 딱 정면이 아니라 좀 조절 가능하다는점! 항공사마다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는 것 같긴 한데, 왠만하면 무료라서 나는 체크인이 시작되는 3시간 전에 공항에 가서 비상구 좌석으로 지정해달라고 하거나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한다. 단점이라면 좀 불안정한 느낌의 테이블과 이착륙시 승무원과 마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ㅋㅋㅋ 그치만 옛날에 대한항공 탔을때는 엄청 훈훈하신 남자승무원분이 계셔서... 덕분에 눈호강. *_*


이번 여행에 이용하게 된 항공은 네덜란드 KLM 항공. 나름 국적기라서 기대 했는데, 외국 항공사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서비스가 왜 좋다고 평가받는지 알 것 같다. 왜 기내용 슬리퍼도 없나요-_- 이코노미라서 안주는 건 아니겠지. 체코항공은 이륙하자마자 기내용 칫솔+치약 챙겨줘서 여기도 그럴줄 알고 일부러 수화물로 칫솔+치약 부쳤는데 KLM 항공은 그런거 없나봄. 덕분에 10시간 넘는 비행 내내 운동화와 양치 못해 찝찝한 상태로 있게되었다. ^.^


이륙하니 음료를 고르래서, "What do you serve?" 물어보니 "orange juice, apple juice, water, red and white wine" 이라고 대답하길래, 보통은 부담없는(?) 맥주를 마시는 편이라 왜 맥주는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와인으로 근심을 잊고 잠에 들기 위해서 레드와인을 달라고 했다. 너무 드라이하지도, 스윗하지도 않았던 무난한 까베르네 소비뇽 남미산 레드와인. 안주로 준 캐슈넛과 그럭저럭 먹을만 했음.



KLM 항공 기내식을 글루텐프리밀로 특별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일반식으로 주문했는데, 여느 기내식이 그렇듯이 그럭저럭 그냥저냥 먹을만 했다. 문제는 이륙하자마자 한끼 먹이고 재운다음에, 착륙 1시간 30분 전에 또 밥을 준다는거...? 소화가 거의 안된지라 두번째 기내식은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왠지 내가 자는 동안에 간식도 한번 줬을 것 같은데... 원래 없는건지 안주는건지!


첫번째 기내식은 불고기? 같은 느낌의 소고기 요리였는데 부드럽고 괜찮았고.. 사실 고기보다도 키위랑 오렌지랑 과일들이 맘에 들었음. 김치도 줬는데 내가 개봉도 안하고 있으니까 옆에 앉으신분이 자기 친구 갖다준다고 하셔서 그냥 줘버렸다. 두번째는 무난한 오믈렛이었는데 한 반정도만 먹고 요거트 몇숟가락 떠먹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마무리. 전반적으로 먹을만은 했지만, 와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비행에서는 처음으로 날개 앞쪽으로 앉게 되었는데, 확실히 소음도 덜하고 흔들림도 덜 한 것 같다. 왜 first class 좌석들이 앞쪽에 있는지 살짝 체감한 느낌? 깜깜해서 밖은 거의 아무것도 안보였고.. 창밖으로 살짝 보이는 날개를 보며 '저 날개가 부러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하는 쓸데없는 망상. 자다가 깨다가 책좀 읽고 다이어리 좀 쓰고 하니까 벌써 착륙이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 대기중.

환승 기다리며 할 만한 걸 찾아봤는데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싱가폴 창이 공항처럼 유럽 항공사들의 기점? 느낌이라 환승 시설이 엄청 잘 되어 있다고 한다. 공항내 호텔도 있고 미술관도 있다고 하는데, 환승 시간이 4시간으로 좀 애매해서 이용하긴 좀 그래서 그냥 면세물품 정리하고 카페에서 영화보며 시간 때우기로.


방금 비행기에서 기내식과 아메리카노 마시고 내렸지만 금방 또 출출해져서 스타벅스에서 톨사이즈 라떼랑 작은 크로와상 햄치즈 프레즐을 시켰다. 근데 톨사이즈 시켰는데 숏사이즈 줌... 처음에는 아 유럽은 컵 크기가 다른가? 하고 멘붕하고 있었는데, 스벅 호갱의 눈을 속일 순 없지. 이건 분명 숏사이즈라고 판단 후 파트너에게 이거 톨 맞냐고 물어봄... 그러니 파트너가 음? 그거 숏인데?ㅋㅋㅋㅋㅋ 라고 해서 영수증을 보여줬더니 다시 만들어 준단다. 그리고 "Do you want a big size for compensation?" 뭐 이런식으로 엄청 빠르게 휙 물어봤는데 big, compensation만 듣고 "Umm, okay" 했더니 벤티인지 그란데인지 모를 여튼 큰 라떼를 만들어 줬다. ㅠㅠ 나름 카페인 양 조절한다고 톨 시킨 거였는데...ㅎㅎ...


  

그리고 계속계속 미뤄두었던 영화 원스 보기. 요즘 너무 집중이 안되어서 내가 혹시 ADHD는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던듯. 모든 폰의 알림과 알람을 끄고 나니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여기 앉아 있으면서 바로 앞에서 수많은 비행기들과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영화 이상으로 좋았다. :)

가족들에게 암스테르담 도착이라는 연락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을 왔다는 설렘과 기대보다는 이 여행이 끝나고 다시 돌아가면 일상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울컥하며 또 답답해지기도 하고. 무한반복. 언제쯤 괜찮아질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긴 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일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다른 일도 잘 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기는 하나, 아직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나보다.



약 4시간 30분을 기다린 후에 드디어 더블린으로 가는 에어링구스 비행기 환승!

환승하러 가는 길에 2유로 하는 안마 기계를 보았지만 저걸 했다가는 진짜 비행기를 못타게 될수도 있었으므로 패스. 에어링구스로 환승 후에 1시간 30분정도 가면 더블린이란다. 어쩌다 보니 여기도 가장 앞좌석인 1A에 앉게 되었는데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듯.



하늘 아래로 보이는 암스테르담? 맞겠지.ㅋㅋ 분명 오긴 왔던 곳인데 거의 한나절밖에 있지 못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 곳. 다음에 네덜란드에 오게되면 풍차마을이랑 튤립 꼭 보러 가야지.

더블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라는 일본 작가의 책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것이 잘 읽힌다. 나름 분위기가 휴가에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고.



실내에만 계속 있다가 나와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몰라도 공기가 청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일랜드 여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날씨 때문이다.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지 않는, 살짝 쌀쌀한 바람이 불기도 하고 낮에는 덥기도 한, 그런 완연한 가을날씨다. 더블린 공항 도착 후 미리 예매해 둔 aircoach 정류장으로 향했다. 왕복 11유로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나가는 길을 지나는데 문득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그 택시 안이 스쳐지나간건 왜일까.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곧게 뻗은 도로 그리고 화창한 날씨와 대조되는 다소 무거운 마음.


더블린 시내로 GO GO.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