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아침이 밝았다. 어제 늦게 잔 것에 비하면 눈은 일찍 떴지만 뒤척이다가 8시가 좀 넘어서야 몸을 겨우 일으켰다.

오늘은 변경된 예정을 따라, 프라하 블티바 강변에서 열리는 Farmer's market과 성 마틴의 날(St. Martin's day) 축제를 구경하기로 했다.



St. Martin's day에는 올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이번 년도에 처음 만들어진 와인과 거위 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어제 듣기로는 여러가지 와인들을 다양하게 시음할 수 있다고 했다 ^0^ 낮술~


캐리어에 짐을 다시 넣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ㅠㅠ

한 도시에서 2박 숙박은 또 너무 짧다는 생각을 했다ㅋㅋㅋㅋㅋ (짐 싸기 귀찮아...)

다음부터는 일정이 급하지 않은 이상 3박 숙박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먹다 남긴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방울토마토로 대충 허기를 채우고

모자이크 하우스에 있는 유료 락커에 캐리어를 맡겼다.

캐리어가 커서 6시간에 80코루나 ㅜㅜ 였다. 이제 정말 긴축재정에 들어가야 겠다... 는 생각을 했지만 1시간 뒤 결심은 무너졌지.



터덜터덜 길을 걸어 블티바 강변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강변을 산책하면 좋겠다고 어제 생각했는데 예정에 없는 산책을 하게 되었다.

오늘도 역시 날씨는 화창했고 사진찍기 딱 좋은 날씨!



혼자 여행의 단점 중 하나는 사진을 찍을 때 셀카봉의 힘을 항상 빌려야 한다는 것 ㅜㅜ

그래도 집에서 블루투스 셀카봉을 가져온 덕분에 나름 괜찮은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



사진을 찍으며 40분쯤 천천히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나타났다.

아마 이곳이 Farmer's market 인 듯 하다. 여러가지 과일, 빵, 치즈, 소세지들을 팔고 있었고

따뜻한 커피도 있었는데 여기 온 목적은 St. Martin's day 축제의 와인과 거위고기 였으므로 유혹을 참고 지나갔다.

가는 길에 동화에서만 나올 법한 귀여운 쿠키를 발견했다. 오호~*.*



인파를 뚫고 도착한 행사장~

100 코루나를 내면 와인을 시음 해 볼 수 있는 귀여운 와인잔을 받을 수 있다.

안내 책자도 나누어 줬는데 어차피 나는 전문적으로 와인을 시음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ㅋㅋㅋㅋ 이건 가방에 바로 넣었다.



돌아다니면서 맥주 안주로 먹을만한 작은 프레첼(6코루나)을 샀다. 상상했던 맛과는 딴판이었지만ㅋㅋㅋㅋㅋㅋ

맥주 안주로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후추도 아닌... 무언가 소금과 향신료가 잔뜩 뿌려져 있었다.


처음으로 20코루나에 2015년산 머스캣 와인을 맛보았다.

2014년산 와인도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새로 만든 와인을 먹는 날이니까 새거로!!!



원래 머스캣을 좋아하는 편이라 달달하니 맛있었다.

왼쪽에는 주로 와인을, 오른쪽에는 간단히 허기를 채우며 안주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지나가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서있는 가게가 있어서 앞에 체코 언니 둘에게 "Do you speak English?" 말하고 물어보니 거위라고 친절히 말해줬다.

110 코루나에 안주 겸 점심식사 거리를 겟하고 7코루나를 주고 두번째 레드와인 시음~*_*



거위고가는 다행히도 입맛에 맞았고 옆에 있는 저건 dumpling인지 매쉬드 포테이토인진 모르겠지만 쫀득하니 맛있었다.

옆에서는 공연같은 것도 진행되고 있었다. 바람 좋고, 음악 좋고, 음식 맛있고! 소소한 행복ㅎㅎ

이 때부터였나 갑자기 엄청 날씨가 추워졌다 ㅠㅠ 바람도 엄청 불고...

어쩔 수 없이(?)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ㅋㅋㅋㅋㅋ 처음 먹어보는!!!!!! 따뜻한 와인을 마셔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35코루나에 200ml의 따뜻한 와인을 구했다. 따뜻한 와인이라니 신기했다 뭔가 차가운 것과는 또 다른 느낌?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보드카 종류를 따뜻하게 마신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직접 따뜻한 술을 마셔보니까 왜 마시는지 좀 알것 같기도-_-

온도가 꽤 높아서 마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처럼 속이 따뜻했고 코를 근처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확 알코올 향이 느껴졌다.


배도 부르고 와인도 마셔서 살짝 취기가 도니까 신이 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롱헤롱

돌아오는 길에 잘츠부르크 가서 뭐할까 생각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도레미송을 부르고 싶어서

사운드오브뮤직에서 나온 영어 도레미송을 흥얼거리며 강변을 걸었다 ^.^

쌍무지개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



오후 1시쯤에 다시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찾고, 캐리어도 트램 티켓을 끊어야 되냐고 재차 물어보고

안끊어도 된다는 확답을 들은 후에야 체스키크롬로프로 가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가 출발하는 곳으로 갔다.


14번 트램을타고 4정거장 정도 가면 되는데 사실 걸어가도 30분? 정도면 닿을 듯 하지만

피곤하기도하고 캐리어도 괜히 끌고다니다가 돌바닥에 고장날까봐 트램을 타기로-_-;



24코루나짜리 트램 티켓은 펀칭 이후 30분간 유효한데 나는 10분정도면 닿는 거리였으므로 충분했다.

체스키크롬로프로 가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정류장. 오늘 새벽에 인터넷으로 티켓을 7.6유로에 예매했다.

체스키크롬로프까지는 버스로 2시간 50분정도 걸리고, 대박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가 됨ㅠㅠㅠㅠㅠㅠㅠㅠ

한숨 자고 일어나서 사진도 정리하고 경치도 구경하며 체스키크롬로프로 고고~



버스에서 잠은 안오고 하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마침 어쿠스틱 콜라보의 너무 보고싶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나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내 영역이 아닌 것,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 크게 마음을 쓰는 성격인 것 같다.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는 없는데 그걸 다 계산해 보려 하고 그래서 매사에 결정도 갈팡질팡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계속 신경쓰이고 약한 마음을 먹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아닌건데.

앞으로는 무던하게 쿨해질 수 있도록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무사히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

아 정말 여긴 두번째 오는거지만 진짜 예쁜 동네다 ㅠ^ㅠ 도착 시간은 5시 정도였는데 벌써 날이 깜깜했다.



오늘의 숙소인 Krumlov House에 체크인을 하고 -

간단히 마을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야경이 화려한 편은 아니었다. 폰카메라가 색감을 잘 못담아 내긴 하지만ㅜㅜ



저녁이 애매해서 마트에서 라면을 사다가 끓여먹었다!

맥주도 엄청 싸고ㅋㅋㅋㅋㅋ 25코루나이니까 10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아마 스위스 인터라켄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먹었던 신라면 다음으로ㅋㅋㅋㅋㅋㅋ 두번째로 맛있는 라면이었던것 같다. :)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서 사람 없을 때 사진 좀 건져야지ㅎ.ㅎ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