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쓰는 신변잡기적인 주저리.

블로그가 아닌 다이어리에 쓰고 싶지만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에 남기기로 한다.


요즘의 내 상태를 한 단어로 이야기 하자면 조금 많이 늦은 사춘기정도?

당분간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인, '남의 시선이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선택과 고민을 혼자하기'에 충실하고 있다.

한동안 블로그 포스팅이 뜸했던 나름의 변명을 해보자면, 지난 주에 3개나 시험이 있음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주도 곧 하나의 시험을 앞두고 있지만.



1

아직도 어딘가에 날짜를 적을 때 2014년이라고 적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4를 5로 고치며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끼며 나는 뭘했는지, 아니 꼭 무엇을 하진 않더라도 그간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생각해본다.

분명한 것은 지난 학기에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으며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2

나는 원리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상주의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보다는 실재적인 가치를 더 중요시한다.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보지 않아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구절과는 사뭇 정반대의 느낌이다.


3

감정이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두렵기에 주변에서 먼저 손내밀어주기를 바랐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날이 연속되고 있다.

힘든일이 있을 때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세상에 떠돌고 결국 그것이 나의 치부가 되어 되돌아 오는 것을 안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4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아니셨다.

항상 무언가 성과를 내야했고 거슬리지 않아야만 인정받고 예쁨받을 수 있었으니까.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는 사랑을 받으며 나는 항상 잘보여야했고 약한모습은 보이지 않아야했고 활발하고 밝고 행복해야 했다. 

이제는 더이상 의식하지 않고 내 갈길을 가겠다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란듯이 인정받고싶은 욕심도 아직은 조금 남아있다.


5

나에게는 무엇인가를 거절하는 일과 부탁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혹여나 상대가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타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이기심으로 똘똘뭉친 인격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왜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6

선택은 누구에게나 어렵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한 쪽을 선택하는 것 또한 굉장히 부담이 된다.

선택은 존중받아야하지만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책임도 오롯이 나에게 있으므로 어쩌면 무엇인가를 선택함으로 인해서 겪게 될 수 있는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서 선택을 자꾸만 미루고만 있다.

미룬다고 실패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7

문득 내 이름이 생각난 지금, 내 이름이 좋다.

지하.

흔한 지혜로울 '지'가 아니라 알다, 사귀다의 뜻을 가진 '지'라 좋고 물, 강이라는 뜻의 '하'도 좋다.

강물이 흘러감을 안다는 뜻이니 세상의 이치를 알라는 뜻이겠지 :)

사소한 일에 크게 마음쓰거나 전전긍긍하지 말자.

어차피 삶과 인연은 흘러갈 대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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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