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8.1
감독
민규동
출연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이광수, 이도아
정보
| 한국 | 121 분 | 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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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의 2012년작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영화라 시험공부중 생각없이 머리식힐 겸 보게 되었다.

사실 9월 말쯤부터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한달이 지나서야 보게 됐는지.

 

한창 개봉했을 때 '임수정이 그렇게 이쁘다며~' 하는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 많이 오갔었는데 ^^;

어제 새벽에 잠이 안와 방에서 기숙사에서 불끄고 혼자 감상 ㅋㅋ

새벽녘에 무슨 청승인지 중간에 울고 ㅋㅋㅋ

요즘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지 로맨스 영화 보면 왠만해선 넘기는데 묘하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입이 되었나.. 결국 눈물 찔끔.

 

이야기는 임수정(연정인 역)과 이선균(이두현 역)의 결혼 7년차 권태기적인 사랑에서부터 비롯된다.

아내의 끝없는 잔소리에 지쳐버린 남편은 카사노바 류승룡(장성기 역)에게 아내를 꼬셔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사실 이 시점부터는 전체적인 큰 스토리는 누구나 예상 가능 할 것이다.

카사노바가 아내를 진정으로 꼬실려고 하자 남편이 아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아내는 살짝 흔들리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와 배우들의 연기가 주목 받을 만 하다.

 

민규동 감독만의 특징답게.. 가구, 소품, 인테리어부터 굉장히 감각적이다.

특히 카사노바의 집에 흐르는 샹송과 그 분위기는, 어떤 여자가 설레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인상깊게 본 영화 중 하나인 '김종욱 찾기' (여기도 역시 임수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ㅋㅋ)의 제작에 참여했었다는 새로운 사실!ㅎㅎ

 

영화 속에서 두현은 카사노바에게 유혹하기 쉽도록 '내 아내의 모든 것' 즉 그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이것을 통해 감독은 막상 함께 지낼 때는 모르지만,

헤어지고 나서야 그 중 어떤 것만 떠올려도 그 사람이 연상 된다는 일상적인 사랑의 진리를 표현하려 하지 않았을까.

아마 정인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현은 이 리스트를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정인이 생각나 잠못이루었을것ㅋㅋ

 

 

개인적으로 작품의 전개에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담아두고 싶었던 장면 세개를 꼽자면 -

 

 

사이가 틀어진 두 사람

정인이 두현에게 일본에서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아득한 옛날로 돌아간 듯이 그 날을 생각하는 두사람의 모습.

 

 

 

자는척 하고있는 두현을 바라보는 정인의 눈.

약간 애증의 눈초리라 해야하나. 그간 살아온 정과 받은 배신감이 합쳐져 있는 복잡한 심경 표현.

 

 

 

그리고 저거 모래그림? 이라 해야하나, 카사노바가 정인에게 그려준 그림의 마지막 장면과 세레나데.

매일을 그대와.. 아름답다.

'아비정전' 명대사?를 이용한 고백도 인상적 :)

 

 

이 영화에서 진짜 정인과 카사노바가 서로에게 흔들리는 그런 '불륜'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고 사랑을 확인하려 하는 불안감, 두려움 등이 카사노바를 통해 극복되었고..

카사노바 역시 정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보다는 옛 사랑인 '뽀삐'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이 더 컸겠지.

 

상대가 떠나간 후에야 그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일상적인 사랑과 이별의 모습들도 영화에 잘 담겨있었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정인과 두현이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마냥 강아지처럼 사랑을 갈구하려 하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고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

 

개인적으로 류승룡의 연기가 싫었던건 아니었지만 조금 더 비쥬얼이 괜찮은 배우를 쓰거나 아니면 좀더 코믹한 배우를 쓰거나 했다면 극의 재미가 한층 더해졌을 듯 하다.

 

그냥 가볍게 보려고 했던 영화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영화. 생각할 거리가 많다. :]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