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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7.05.05 2017년 5월 5일 1
  4. 2017.02.25 2017년 2월 25일 1
  5. 2016.12.30 조금은 이른 2016년 마무리
  6. 2016.11.23 열여섯에 생각했던 스물여섯
  7. 2016.09.23 혼술 그리고 생일날 자정 3
  8. 2016.09.10 또 다시, 가을
  9. 2016.08.07 2016년 8월 7일
  10. 2016.06.23 고민거리 1

잡다한 일상을 포스팅하는 새 블로그로 이사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본가인 이 곳에는 오래간만에 접속해서 글을 쓴다. 블로그를 만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비해 글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은 무언가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여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읽고, 포스팅의 정보가 적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완전히 컨텐츠가 갖추어질 때까지 글을 임시 저장 상태로 두곤 했다. 그리고 임시저장 상태의 글은 30일 후면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되는데, 아마 그렇게 사라진 글의 수도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꽤 될 것이다. 직업이 전문 블로거도 아니고, 많은 시간을 내서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나로서는 그렇게 사라져가는 나의 기억들과 감정들 그리고 한 때는 공유하고 싶은 정보들이 많았기에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 마음에 좀 더 가볍게 SNS처럼 쉽게 써서 넘겨버릴 수 있는 새 블로그로의 이사를 결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완전히 떠나 버릴 수 없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는데, 새 일기장을 샀다고 해서 전에 쓰던 일기장을 버리지 않는 것처럼, 그간의 추억과 한 때 매우 고심해서 정했던 도메인인 곰지하 - gomjiha - 에 꽤 큰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연구실 생활에 좀 더 익숙해지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생활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당히 적응해 버린 것 같다. 처음에 운동을 시작할 때는 더 피곤해져서 정말 꼭 해야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적당히 체력도 붙어서 예전보다 덜 피로감을 느끼고 하는 일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다. 내년이면 또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또 그 때가 되면 지금처럼 정신없고 바쁜 이 생활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공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여학생 간담회에 다녀왔다. 메인 주제는 '여교수가 되자.'였는데, 포닥을 마치고 바로 교수가 되신 분들도 있었고, 회사나 정출연에서 10년 넘게 일하시고 교수가 되신 케이스도 있었다. 석사 학위로 일단 과정을 마치기로, 지금의 이 생활이 싫어서 도망치듯이 결정한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어서 이런 상태로 공부와 연구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일단 사회 생활을 경험해 보며 내가 정말 꼭 풀어보고 싶은 문제, 그런 연구 주제가 생기면 박사 학위에 도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걱정 되는 것은 일단 사회로 나가서 어느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런 모든 것을 버리고 학위를 위해서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건 그 때 가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음이 복잡하다. 양파 같기도 하고 마늘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나를 가끔이나마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은데. 이제 100일 남짓한 시간 동안에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로 하고, 이런 마음들은 그간 사라진 수많은 내 블로그의 글들처럼 구석 어딘가에 임시 저장 해 두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실험하러 갈 시간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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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정장의 무게


처음 정장을 입었던 날이 생각난다. 날씨가 꽤 쌀쌀했던 가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첫 정장을 입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기도 했던 것 같다. 백화점에서 정장을 사서 수선집에 가서 내 몸에 맞추어 줄이고, 그 옷을 입은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 봤을 때 어딘지 모를 어색함만이 가득했었다.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나서 그때의 세세한 감정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진정으로 옷의 주인이 되진 못했었다. 아무것도 묻으면 안 될 것 같은 흰색 블라우스에 무릎 살짝 위로 올라오는 검정 치마, 그리고 구김이 갈세라 빳빳하게 다려 입었던 재킷과 8센티미터 남짓의 검정 구두. 모든 것이 나에겐 부담이었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고, 벗어나고 싶었다. 마치 엄마 옷을 몰래 입은 사춘기 소녀인 양, 겉은 어른의 행색을 하고 있었지만 속은 너무 여렸던 그런 사람이었다.


요즘은 정장을 입는 날들이 즐겁다. 물론 아직도 정장을 입는 날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내 옷처럼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옷으로 인해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이제야 정장의 무게를 감당할만한 '진짜 어른이 되었나?' 싶다. 언젠가 돈을 벌게 된다면 좋은 곳에 가서 부모님께 양복 한 벌을 맞춰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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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여러가지 일들로 정신없는 와중에, 그래도 연휴라고 시간을 내어 여유를 조금 가져본다. 원래는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 한잔 마시며 쓰려고 했었지만 그것은 여의치 않아 몇명 없는 연구실 자리에서 끄적.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지난 대선 때는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특정 후보가 당선 되는 것이 싫어서 표를 던졌다면 올해는 나름대로 국가의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토론회도 챙겨보며 여러가지 공약과 정책들을 비교하며 고심했다. 사전 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까지도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지 왔다갔다 했었으니까. 다음 대선에는 30대가 되어 있을텐데, 그 때는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주에는 면접을 보고 왔다. 우황청심원을 들이킨 덕분인지 나의 최대 약점인, 지나치게 긴장하는 일은 없었지만 (좀 더 철이 들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뻔뻔해지기도 했고) 여러모로 다시 한번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이켜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은 교수였는데, (물론 지금도 누가 시켜준다면 마다할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연구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적당한 명예와 경제력, 자유로운 시간 활용, 연구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학생들도 가르칠 수 있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되어서 막연히 교수를 꿈꿨던 것 같다. 그래서 학부 마지막 시기에 남들이 의사, 검사, 변호사 등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을 준비하고 할 때에도 조금은 나이브한 생각으로 막연히 잘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던 것 같다.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학사로는 가방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였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이란 것이 막연하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어렸을 때 가졌던 교수라는 직업의 꿈은 영영 멀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이자 도전으로서 어렵게 시작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런저런 슬럼프가 있었다. 특히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 겨울방학을 지나면서는 소위 말하는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에 진학 했나...' 할 정도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연구에 대한 의욕도 없었고, 잘 풀리는 것도 아니었으며 손절하고 나가기에는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학위 중도 포기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 남들에게는 '석사하면서, 박사를 할지 말지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입학 할 때는 '박사까지 해야겠다.' 고 생각하고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이 나약해 질 때마다 상기시켜달라는 말도 누군가에게는 했었다. 학사 때는 막연하게 '석사는 그냥 2년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고...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이미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졸업한, 많은 친구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니 내가 방황아닌 방황을 하고 있는 동안 일찍 취업한 몇몇 친구들은 사회에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결혼도 하고 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는 '나갈까 말까'의 고민보다는 이미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났기에, '잘 마무리 하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굳혀졌다. 제출 마감일까지 200일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는데 꽤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었기에, 이 기간동안 남들 하는 것의 2배 이상을 해야 비슷한 성과를 내서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내 학위 논문이 어딘가에서 냄비 받침이나 모니터 받침으로 쓰이는 건 싫으니까.


면접에서는 역량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와는 별개로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있게 말하지만 학부 4년간 배웠던 것,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지난 1년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투자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 연구의 필요성이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디펜스를 잘 하지 못한건, 나도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뭔가 연구에 큰 꿈이 있어서 오랜 고심 끝에 이 주제를 잡은 것이 아니었고 일단은 학위 과정 중에 연습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팅 할 때 교수님이 '네 연구' 라고 말씀 하실 때 마다 '이게 진짜 내껀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피식 웃은 적도 있었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애착이 없고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까. 좀 더 깊이 고민 해보고, 진짜 디펜스 때까지 답을 찾아 나갈 수 있기를.


학위 과정의 반 이상이 지나 그간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 것이 많기에 대학원 진학 자체는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만들어져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지식을 만들어나가는 일의 차이를 알게 되었으며, 연구라는 것의 진행 흐름과 논리적인 연결, 무엇인가 영어로 된 정보를 찾는 일은 나에게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일과 생활, 인간관계를 병행하는 일, 체력 분배, 그 외 기타 자기계발 및 시간 관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나도 부족한 것이 많아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기에 그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지만, 차차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본 이후로 특히 연구와 졸업, 그리고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런 여유를 갖는 것도 지금 이 상황의 나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을 한다. 점심 시간에 커피 한잔 하는 것, 수업 가기 전 15분 잠시 낮잠을 청하는 것, 일주일에 두세번 운동을 하는 것, 퇴근 길에 음악을 들으며 캠퍼스를 걷는 것과 같은 소소한 여유가 내가 허락한, 내가 누릴 수 있는 여유의 전부다. 그렇게 즐기던 맥주도 피치못할 일이 아니면 다음날 생각에 마시지 않게 되었고, 방에서 뒹굴대며 아무 생각 안하기도, 좋아하던 여행도 당분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녹록치 않았다. 동료가 졸업준비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며 스트레스 받아하는 모습을 보며, 원하는 회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가끔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그 휴식을 반납하고 일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긴긴 연휴에도 연구실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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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1

맺고 끊음은 확실하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그게 마음대로 안될 때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시점이 온다면 그건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후회가 덜 되는 일일 것이다.


2

나에게 직접 보여주려 하는 것만 보고, 들려주려 하는 말만 듣자.

일방적인 말이나 행동, 의미심장한 말에 괜한 의미부여를 하거나 멋대로 생각을 판단하지 않기.


3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사이의 시간 분배와 우선순위 선정에 대한 고민.


4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은 참 부질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 '보여주기'를 위해서 내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 아닐까?


5

떠나고싶다! 한 이틀 정도만.


6

잘 해낼 수 있을거야. 그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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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신변잡기적인 주저리2016. 12. 30. 05:24

2016년의 마지막 날은 정신없이 보낼 것 같아서 미리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오늘 늦게까지 깨어있게 되었다. 목요일 오후까지 정신없는 일들이 대충은 마무리되어서 다행히도 오늘 밤은 개인적인 여유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은 바이바이...? 오후와 저녁에 연달아 마신 커피가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다행히도 아직 졸린 느낌은 없다.


요즘은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은데 막상 어제, 그제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그때 그때 짤막한 글을 써 두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오늘 두세시간에 걸쳐 올해 찍은 모든 사진과 캡쳐해 둔 것들, 다이어리를 읽어보면서 당시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되돌아 봤다. 하루하루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지만 분명하게도 거기에는 성장해가는 스물 여섯의 내가 있었다.



올해 벚꽃이 피기 전까지는 하늘 한 번 볼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4월 초가 되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4월의 벚꽃 아래서 잠시 숨돌리는 틈을 가졌다. 새삼 이렇게 봄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내 취향대로 만든 데리야끼소스 야채볶음 치킨마요 덮밥.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 4~6월에는 한창 여러가지 요리에 도전하는 데에 빠져 있었다. 물론 누군가를 초대한 적도 없고, 같이 먹은 적도 없었지만 그 시기의 유일한 낙은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매일 무언가 새로운 요리를 해 먹는 것이었다. 혼자 먹어도 나름의 격식을 차려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런천매트를 비롯하여 각종 식기들을 샀다. 이미 레시피가 알려진 요리를 따라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창작 요리였는데 감각이 있는 건지 딱히 못먹을만한 음식이 나오진 않았었다. 한창 탄수화물을 줄여보려 노력했던 때라 주로 고기와 야채 조합으로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한테도 보여주진 않았지만 먹기 전엔 꼭 사진을 찍어두었다. ㅋㅋㅋㅋㅋ



유월의 어느 우울했던 날. 다시는 이런 상황, 기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거의 잊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그날이 생생히 떠오르는군.ㅜㅜ 여름 휴가를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며 스카이스캐너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기분이 최악인 날에 종종 찾는 나의 부스트업 메뉴는 휘핑크림을 잔뜩 올린 달달한 블렌디드 음료인데 평소 한끼 식사에 버금가는 가격과 사악한 칼로리를 자랑. 그래도 이걸 먹으면 기분이 꽤 나아지곤 했었다. 그래도 이 이후에는 우울해서 이런 일탈(?)을 감행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조만간 다시 찾을 느낌이긴 하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7월 아일랜드로의 꿀같은 휴가. :-) 더블린 템플바 주변의 아이리시 펍들에서 항상 흘러나오는 전통 음악들도 좋았고, 흥겨운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고, 예쁜 조명, 거리의 분위기, 선선한 날씨. 모두가 다 좋았다. 이와는 대조되는 주변 도시 브래이와 호쓰의 한적한 분위기와 바다도 매력있었다. 골웨이에 갔을 때는 죽기 전에 여길 다시 한번 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모허 절벽의 풍경이 아름다워서였기도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조그마한 도시에 다시 발을 붙일 기회가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 생각이었다.



올해 한창 맨부커상 수상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8월즈음 읽었다. 생각보다 난해한 전개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매달 한 권 씩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은 꼭 샀으니까 최소 열두권 정도는 읽었겠군. 최근에 읽은 책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인데 이건 생각 정리를 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다. 올해는 의식적으로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멀어질 것만 같아서. 아마 귀향을 시작으로 데드풀, 아가씨, 터널, 부산행, 덕혜옹주, 밀정, 마스터, 쿵푸팬더3,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라라랜드, 곡성, 나의 소녀시대, 대니쉬 걸, 좋아해줘 등 총 15편의 영화를 봤다! 물론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쓴거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지도...? 올해는 영화를 몇편 못봤다고 생각해서(체감상 한 4, 5편 정도?) 항상 '아 영화본지 너무 오래된거 같아.' 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봤구나! 뿌듯. 내년에는 영화나 책을 보고나서 간단한 감상평을 써 두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영화나 책이 어떤 '느낌' 인지는 알겠는데 세세한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가끔 답답할 때가 있으니까.



9월 23일 생일 당일 가족들 깜짝 만남! :) 맥주 한잔 cheers! 행복하고 또 감사했다.



아디다스 마이런 10 km 코스 완주! 올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꾸준하게 체력 기르기와 10 km 마라톤 완주하기였는데 예상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사실 언젠가는 하프나 풀코스도 뛰어보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내년엔 15 km 목표로...? 완주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뿌듯함과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최근 몇년간 성취감에 목말라 있었는데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났다. 매주 2번은 PT, 여유 있을 땐 개인운동까지 4번정도 1시간씩 헬스를 계속하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체력이 붙는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약간 살빠졌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기를ㅋㅋㅋ 그리고 오늘!!! 드디어 상체운동 5 kg 덤벨에서 6 kg 덤벨로 레벨업했다! 처음엔 5 kg도 좀 무겁게 느껴졌는데 점점 가볍게 느껴지는게 신기하당... ㅎ_ㅎ 기분좋은것 ㅠㅠㅠㅠㅠ 바벨스쿼트랑 데드리프트도 더열심히해서 중량좀 늘려야지. 바디프로필 내년엔 찍을 수 있겠지!!! 아 근데 타고난 성향은 바꾸기가 힘든 것 같다. 아직도 운동하는게 '재미' 있지는 않은 듯 ㅠㅠ 내년엔 재미좀 붙었으면.



혼술남녀 볼때 즈음 한참 신인 배우 '공명'에 빠졌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외모나 체격이 취향저격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한때 공명 남친짤에 빠져서 모은것들...ㅎㅎ... 물론 태양의 후예를 볼 때는 송중기, 치즈인더트랩을 볼 때는 박해진,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볼때는 박보검, 질투의 화신을 볼 때는 조정석이 좋았지만. (지금은 도깨비의 공유, 이동욱, 육성재ㅋㅋㅋㅋㅋㅋㅋ 공동재!) 딱히 폰 배경으로 해놓을게 없어서 시간 때울때 보는 드라마 주인공들로 해놓다 보니 뭔가 많이 모았당. 그래도 나는 공명이가 최애ㅎㅎㅎ



가장 최근 12월, 일본 미야자키/후쿠오카! 마냥 놀러다닌 것도 아니었고, 바빴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가 되는 시간이었다. :-)



올해는 처음으로 1원 단위까지 꾸준히 수입과 지출 가계부를 썼다.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달 개인적으로 쓰는 용돈을 얼마정도로 잡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여행에 있어서도 지출을 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었다. 유료 어플이지만 굉장히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편한가계부. 처음에는 지출 항목을 분류하는 데에 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 예를들어 친구가 밥을 사고 나는 커피를 샀는데 이걸 식비에 넣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모임비에 넣어야 할 것인가...-_- 딜레마 -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내년엔 데이트라는 항목이 생길까나...?ㅋㅋㅋㅠㅠ 학부때부터 모았던 돈은 예금으로 묶어두고 소소하게나마 적금도 하고있는데 이렇게 모아서 나중에 어디에 쓰나 싶기도 하면서도 막상 모으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모으고는 있다.

물론 올해가 이틀 남았긴 하지만 1년 통계를 보니 재미있었다. 역시 이시대의 흙수저답게 월세를 포함한 관리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썼고, 그 다음이 여행, 식비 순이었다. 생각외로 교통비가 꽤 많이 들었는데, 아마 이건 1, 2월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고 많이 썼던 것 같다. 생각 외로 미용-_-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는데 화장품과 미용실이 거의 같은 비율로 미용 항목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의복에도 꽤 돈을 썼는데 왜 당장 내일 입을 옷이 없는걸까... 이건 정말 의문.



최근에 들었던 노래에 치우쳐져 있긴 하지만, 랜덤으로 듣다가 귀에 꽂히는 노래들에 표시해둔 나의 음악 좋아요 목록. 멜론에서 벅스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개 없지만 내년에는 플레이리스트가 좀더 풍성해 졌으면 좋겠다. 올해 제일 마음을 울렸던 노래는 한동근의 노래.



오늘 산 연말 카드 :)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예뻐서 4장을 샀는데, 사고 보니 카드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계속 생각나서 어떻게 해야하나 살짝 걱정이다. 그리고 몇시간 뒤에 일어나야 하는게 제일 걱정!!!


2016년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소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인 해였다. 아직도 내 인생에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그만큼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좋은 사람이니까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에 앞서 좀 더 나를 사랑해주어야겠다. 사랑 충만한 2017년이 되기를! 2016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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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신변잡기적인 주저리2016. 11. 23. 22:48

항상 같은 노래만 듣다 보니 지겹게 느껴져서 연대별 베스트로 선곡하던 중, 2006년에 멈춰있다.


노래를 듣다보니 10년 쯤 전에 했던 생각들이 생생한데, 열여섯에 생각했던 스물여섯은 참 커보였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많은 것을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정도 전공에 대하여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부심을 느낄만한 아마추어 수준-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분야의 깊고 넓은 인맥,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활동 한두 가지쯤, 세상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였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가지거나 이루어낸 많은 것들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것을 차마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던가. 말 뿐인, 게으른 욕심쟁이가 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좀 더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16년이 시작되며 목표했던 7-8 가지 중 한두개 제외하고 어느 정도는 이루어 냈다. 이제 2016년도 한달 남짓하게 남았다. 마무리 할 것은 잘 마무리 하고, 버릴 것은 잘 버리고, 새로 다짐할 것은 또 새로 다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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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 잔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사람들 속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술 한잔만이라도 마음 편히 마시고 싶어 혼자 마시기도 하고

앞이 안보이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골치 아픈 걱정거리를 내려놓기 위해 혼자 마시기도 한다.


바쁜 하루 끝에 마시는 술 한잔

나 혼자만의 시간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내일도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픔을 나누기 보단 혼자 삭히는것이 
이렇게 혼자 마시는 한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혼술을 한다.



최근 우연히 보게 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중 마음에 와 닿았던 주인공의 대사이다.




ㅇㅇ=[출처] 혼를르술하는 이유|ㅇㅁㅁㅁㅇㄹㅇㄹ작성자 에리사

ㄴㄴㄴㄴㄴ최근들어 우연히 보게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대사다.


올해 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마시는 술, 즉 혼술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생각이 복잡할 때, 그리고 위로가 필요할 때에는 가볍게 한잔씩 하고 잠에 들곤 한다. 오늘은 포도주스, 토닉워터, 앱솔루트를 조금 섞은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을 올리브 절임, 블루베리와 곁들이고 있다. 나름 취중일까나.


자정을 넘기는 오늘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지 꽤 고민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에서 가장 편한 차림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일'이라는 것 자체에 크게 들뜨거나 12시 정각에 축하한다는 연락이 없다고 해서 섭섭하진 않다. 아마 오늘 하루가 끝날 때 까지, 기대했던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해도 딱히 서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오늘이 다 지나봐야 알겠지만)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는 거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순간으로, 여섯살 즈음 부터는 확실히 그랬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래왔다. 엄마 말씀으로는 세 살 생일 때도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한다. 물론 축하 노래는 다른 노래보다 짧아서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에 겨우겨우 삼키고는 하지만, 가끔 노래 말미에 눈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내 생일에는 주변에서 왜 우냐고 물어보면 "감동 받아서"라고 둘러댈 수라도 있는데, 문제는 내 생일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 생일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 생일에도 내가 노래를 부르면 어김없이 눈물이 나오는 바람에 왠만하면 잘 부르지 않으려고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지는 못하고 중간중간 겨우 부른다. 뭔가 케이크와 촛불과 그 오묘한 분위기, 그리고 생일인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는 고마움?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 데 합쳐져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아니 왜 나만 슬프지? 이유를 좀 찾을 수 있었으면.


가끔 맥주를 한 캔씩 할 때마다 기념삼아 캔을 하나 두개 모으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도 오늘 세어보니 딱 스물 여섯개가 있다. 그리고 선물 받은 것, 뱅쇼 만들려고 산 것, 기분 내려고 산 빈 와인병이 4개 있고, 냉장고에는 지현이가 킵해놓고 간 앱솔루트 시트론, 이번에 아일랜드에서 사온 베일리스와 작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사온 초코맛 리큐르가 한 병 있다. 왜 모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_- 예전에 포켓몬이나 카카오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 모으는 기분이랑 좀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요즘은 날씨가 정말 좋다. 도시락 싸서 카메라랑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아 어딘가로 소풍 가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없는게 문제지만.) 가을 꽃 가득한 곳에서 한 나절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하늘을 보며 잠깐 감상에 젖기도 하는데 그렇게라도 있다보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지는 기분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딘가를 뒤져보면 보내지 못한 글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당장 그 순간에는 보낼 수 없었던 것, 차마 부끄러워 전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것, 한 번에 전해야지 생각했다가 전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감정이 북받치면 그 감정을 한껏 담아 글을 썼다가 나중에 읽으면 부끄러워 질 것 같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보내야지.' 했다가 후에 읽어보고 '이건 왠 궁상이람' 하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하는, 방법조차 없는 소식이라도 글로서 독백처럼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프리스타일의 '수취인 불명' 처럼.


오늘따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괜히 연락했다가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잘 지낸다는 의례적인 인사와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인사치레와 함께 어줍잖은 인맥관리로 끝날 것이 두렵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서서히 멀어지고, 결국엔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지.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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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보통 블로그에 글을 남길 때는 좀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쓰는데, 내일(아니 이제 오늘이군)은 8시 전에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짧게 남겨본다.


또 다시 가을이 왔다.

올 여름은 내내 너무 더워서 - 아일랜드로 일주일간 피신을 갔다오긴 했지만 - 빨리 가을이 오면 하고 바랐는데, 미처 가을 옷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성큼 찾아와버리니 지나간 여름이 살짝 그립기도 하다.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면서 또 가장 두려운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가뭄에 단비같은 추석 연휴가 있어 여유가 있고, 막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 부근의 생일도 있고, 연말 약속이 하나 둘씩 생기며, 야외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어도 춥지 않은, 따뜻한 커피를 마실지 아니면 차가운 커피를 마실지 고민되는 그런 계절이다. 여름의 싱그러운 잎사귀는 하나 둘 단풍빛으로 물들며, 해가 질 때면 지평선에 걸쳐있는 해와 유난히 붉은 노을, 그리고 여름 꽃처럼 너무 화려하지도 겨울 꽃처럼 너무 차분하지도 않은 가을 꽃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나는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 가을만 오면 싱숭생숭한 감정이 가끔 찾아 온다. 흔히들 '가을 탄다'고 하나?


25 - 백수

작년 가을은 특히 글, 일기, 사진 등 기록한 것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인지 하루하루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그냥 하루를 억지로 '살아내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것 같다. 사실 작년만의 일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묵혀둔 문제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 가치 판단의 우선순위와 선택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 가족 내에서의 위치, 친구들 사이의 관계, 그 외 인간관계 등등.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 아니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 내가 바라는 대로 안되었고, 도전에 대한 조바심도 나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아마 살아오면서 가장 나를 하찮게 생각했고 자존감이 낮았을 때 였을 거다. 그냥 무슨 말만 들으면, 툭하면 눈물이 났다. 별 것 아닌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받고 자책했지만 본능적인 방어 기제로 본의 아니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로서 또 행동으로서 상처도 많이 주었던 것 같다. 뭐 또 하나의 흑역사랄까.


24 - 복학생

그 전 가을은 복학하고 나서 실질적인 마지막 학기였는데, 더 가관이었지. (아마) 마지막 학기랍시고 등록해 놓고 덜컥 다음 봄 교환학생을 가겠다하지 않나. 즉흥적으로 국내 여행도 서너번 갔었고. 뭔가 즉흥적인 일들이 많았다. 근데 이 모든 즉흥적인 일들이 절대 후회되지는 않는다. 교환학생에 지원한 것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그 외 등등. 보통의 신중하고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나라면 평생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이니까.


23 - 휴학생

그 이전의 가을은 휴학 4개월 차였는데, 이 때는 혼자 보낸 시간이 가장 많았던 시기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게 되었던 시기이며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던 시기다. 욕심 많은 게으름뱅이의 시기?


22 - 복학생

첫 휴학 후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개별연구. 중심을 못잡고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바보같았던 가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1

처음으로 맥주 한캔 마시고 밤중에 강에 뛰어들까 생각함. 두마리, 세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결국에는 한마리도 잡지 못했던 가을.


26

매 가을, 만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며 그만큼 한 단계 더 성숙해지라고 당장 해결하기에 버거운 문제들이 내게 닥치는게 아닐까?

'가을'이라는 계절 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니까 이번 가을은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곰지하

요즘 의도치 않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도 그런 것이, 봄-여름에 걸쳐 한창 결혼식 성수기였기도 하고 주변 지인 중 몇 명도 실제로 결혼을 했고 우리 엄마가 내 나이때 결혼을 했으니까. 나를 포함하여 한창 결혼 적령기 세대들인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생들에게 결혼이란 예전처럼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나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묶여있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출산, 육아, 가사분담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해 봤을 때 꼭 결혼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 있다면 하는거고, 아니면 마는거고? 어쨌든 나이가 차서, 적당한 사람이랑, 적당히 하는 결혼은 절대 사절.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싶은 일들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것부터, 조금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까지. 그 중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이 남미 여행인데, 돈도 돈이거니와 최소한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른 전에, 어딘가에서 일을 하는 상황에서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회사여도 불가능, 여전히 학생이여도 불가능. 다 때려치지 않는 이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마찬가지.


더블린에서 파리를 경유하여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렀던 호텔 식당에서 받은 충격으로, 프랑스어든 독일어든 스페인어든 정말 최소한 기본은 다른 외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해서 살 수가 있겠나.


더운 날씨를 핑계로 최근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다. 왜 헬스장까지 가기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강제적으로라도 가게 PT를 끊어야 하나 싶다. 오늘 문득 전신 거울을 봤는데 왜 점점 체형이 아빠가 되어 가는거지?


최근 화제가 되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아직 도입부 밖에 읽지 않았지만 꽤 신선한 접근방식의 서술에 쉽게 읽혀서 놀랐다. 내일이면 또 월요일인데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까. 월요병을 없애기 위한? 즐거운 일요일 출근?^^ㅜㅜ

Posted by 곰지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능력 - 기대치가 너무 높던지, 능력이 부족하던지

내가 가는 길의 방향성에 대한 믿음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에 대한 확신

말하지 말았어야 할것들에 대한 후회


내가 가진 카드 10장 중, 좋은패, 나쁜패 가리지 않고 거진 8장 이상은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한장도 보여줄 생각이 없어보일 때가 가장 지친다.

남은 2장도 다 보여주고 털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영영 묻을 것인지.

올인이라는 리스크 테이킹은 늘 그렇듯이 못해왔으니 아마 2장은 원래 없었던 듯이 어딘가에 숨겨둘 듯.

그리고 이어질 후회와 아쉬움까지도 내 몫이겠지.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