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적인 주저리2016. 11. 23. 22:48

항상 같은 노래만 듣다 보니 지겹게 느껴져서 연대별 베스트로 선곡하던 중, 2006년에 멈춰있다.


노래를 듣다보니 10년 쯤 전에 했던 생각들이 생생한데, 열여섯에 생각했던 스물여섯은 참 커보였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많은 것을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정도 전공에 대하여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부심을 느낄만한 아마추어 수준-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분야의 깊고 넓은 인맥,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활동 한두 가지쯤, 세상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였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가지거나 이루어낸 많은 것들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것을 차마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던가. 말 뿐인, 게으른 욕심쟁이가 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좀 더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16년이 시작되며 목표했던 7-8 가지 중 한두개 제외하고 어느 정도는 이루어 냈다. 이제 2016년도 한달 남짓하게 남았다. 마무리 할 것은 잘 마무리 하고, 버릴 것은 잘 버리고, 새로 다짐할 것은 또 새로 다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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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 잔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사람들 속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술 한잔만이라도 마음 편히 마시고 싶어 혼자 마시기도 하고

앞이 안보이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골치 아픈 걱정거리를 내려놓기 위해 혼자 마시기도 한다.


바쁜 하루 끝에 마시는 술 한잔

나 혼자만의 시간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내일도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픔을 나누기 보단 혼자 삭히는것이 
이렇게 혼자 마시는 한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혼술을 한다.



최근 우연히 보게 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중 마음에 와 닿았던 주인공의 대사이다.




ㅇㅇ=[출처] 혼를르술하는 이유|ㅇㅁㅁㅁㅇㄹㅇㄹ작성자 에리사

ㄴㄴㄴㄴㄴ최근들어 우연히 보게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대사다.


올해 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마시는 술, 즉 혼술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생각이 복잡할 때, 그리고 위로가 필요할 때에는 가볍게 한잔씩 하고 잠에 들곤 한다. 오늘은 포도주스, 토닉워터, 앱솔루트를 조금 섞은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을 올리브 절임, 블루베리와 곁들이고 있다. 나름 취중일까나.


자정을 넘기는 오늘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지 꽤 고민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에서 가장 편한 차림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일'이라는 것 자체에 크게 들뜨거나 12시 정각에 축하한다는 연락이 없다고 해서 섭섭하진 않다. 아마 오늘 하루가 끝날 때 까지, 기대했던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해도 딱히 서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오늘이 다 지나봐야 알겠지만)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는 거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순간으로, 여섯살 즈음 부터는 확실히 그랬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래왔다. 엄마 말씀으로는 세 살 생일 때도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한다. 물론 축하 노래는 다른 노래보다 짧아서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에 겨우겨우 삼키고는 하지만, 가끔 노래 말미에 눈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내 생일에는 주변에서 왜 우냐고 물어보면 "감동 받아서"라고 둘러댈 수라도 있는데, 문제는 내 생일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 생일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 생일에도 내가 노래를 부르면 어김없이 눈물이 나오는 바람에 왠만하면 잘 부르지 않으려고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지는 못하고 중간중간 겨우 부른다. 뭔가 케이크와 촛불과 그 오묘한 분위기, 그리고 생일인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는 고마움?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 데 합쳐져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아니 왜 나만 슬프지? 이유를 좀 찾을 수 있었으면.


가끔 맥주를 한 캔씩 할 때마다 기념삼아 캔을 하나 두개 모으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도 오늘 세어보니 딱 스물 여섯개가 있다. 그리고 선물 받은 것, 뱅쇼 만들려고 산 것, 기분 내려고 산 빈 와인병이 4개 있고, 냉장고에는 지현이가 킵해놓고 간 앱솔루트 시트론, 이번에 아일랜드에서 사온 베일리스와 작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사온 초코맛 리큐르가 한 병 있다. 왜 모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_- 예전에 포켓몬이나 카카오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 모으는 기분이랑 좀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요즘은 날씨가 정말 좋다. 도시락 싸서 카메라랑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아 어딘가로 소풍 가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없는게 문제지만.) 가을 꽃 가득한 곳에서 한 나절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하늘을 보며 잠깐 감상에 젖기도 하는데 그렇게라도 있다보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지는 기분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딘가를 뒤져보면 보내지 못한 글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당장 그 순간에는 보낼 수 없었던 것, 차마 부끄러워 전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것, 한 번에 전해야지 생각했다가 전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감정이 북받치면 그 감정을 한껏 담아 글을 썼다가 나중에 읽으면 부끄러워 질 것 같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보내야지.' 했다가 후에 읽어보고 '이건 왠 궁상이람' 하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하는, 방법조차 없는 소식이라도 글로서 독백처럼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프리스타일의 '수취인 불명' 처럼.


오늘따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괜히 연락했다가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잘 지낸다는 의례적인 인사와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인사치레와 함께 어줍잖은 인맥관리로 끝날 것이 두렵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서서히 멀어지고, 결국엔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지.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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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

보통 블로그에 글을 남길 때는 좀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쓰는데, 내일(아니 이제 오늘이군)은 8시 전에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짧게 남겨본다.


또 다시 가을이 왔다.

올 여름은 내내 너무 더워서 - 아일랜드로 일주일간 피신을 갔다오긴 했지만 - 빨리 가을이 오면 하고 바랐는데, 미처 가을 옷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성큼 찾아와버리니 지나간 여름이 살짝 그립기도 하다.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면서 또 가장 두려운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가뭄에 단비같은 추석 연휴가 있어 여유가 있고, 막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 부근의 생일도 있고, 연말 약속이 하나 둘씩 생기며, 야외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어도 춥지 않은, 따뜻한 커피를 마실지 아니면 차가운 커피를 마실지 고민되는 그런 계절이다. 여름의 싱그러운 잎사귀는 하나 둘 단풍빛으로 물들며, 해가 질 때면 지평선에 걸쳐있는 해와 유난히 붉은 노을, 그리고 여름 꽃처럼 너무 화려하지도 겨울 꽃처럼 너무 차분하지도 않은 가을 꽃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나는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 가을만 오면 싱숭생숭한 감정이 가끔 찾아 온다. 흔히들 '가을 탄다'고 하나?


25 - 백수

작년 가을은 특히 글, 일기, 사진 등 기록한 것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인지 하루하루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그냥 하루를 억지로 '살아내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것 같다. 사실 작년만의 일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묵혀둔 문제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 가치 판단의 우선순위와 선택에 대한 문제도 있었고, 가족 내에서의 위치, 친구들 사이의 관계, 그 외 인간관계 등등.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 아니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 내가 바라는 대로 안되었고, 도전에 대한 조바심도 나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아마 살아오면서 가장 나를 하찮게 생각했고 자존감이 낮았을 때 였을 거다. 그냥 무슨 말만 들으면, 툭하면 눈물이 났다. 별 것 아닌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받고 자책했지만 본능적인 방어 기제로 본의 아니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로서 또 행동으로서 상처도 많이 주었던 것 같다. 뭐 또 하나의 흑역사랄까.


24 - 복학생

그 전 가을은 복학하고 나서 실질적인 마지막 학기였는데, 더 가관이었지. (아마) 마지막 학기랍시고 등록해 놓고 덜컥 다음 봄 교환학생을 가겠다하지 않나. 즉흥적으로 국내 여행도 서너번 갔었고. 뭔가 즉흥적인 일들이 많았다. 근데 이 모든 즉흥적인 일들이 절대 후회되지는 않는다. 교환학생에 지원한 것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그 외 등등. 보통의 신중하고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나라면 평생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이니까.


23 - 휴학생

그 이전의 가을은 휴학 4개월 차였는데, 이 때는 혼자 보낸 시간이 가장 많았던 시기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게 되었던 시기이며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던 시기다. 욕심 많은 게으름뱅이의 시기?


22 - 복학생

첫 휴학 후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개별연구. 중심을 못잡고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바보같았던 가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1

처음으로 맥주 한캔 마시고 밤중에 강에 뛰어들까 생각함. 두마리, 세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결국에는 한마리도 잡지 못했던 가을.


26

매 가을, 만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며 그만큼 한 단계 더 성숙해지라고 당장 해결하기에 버거운 문제들이 내게 닥치는게 아닐까?

'가을'이라는 계절 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니까 이번 가을은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