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구와 그를 향한 열정의 중심에서

 

2012.7.2 ~ 2012.8.24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나노융합학과 NMEC 연구실

(Seoul National University, Nanomaterial Engineering & Environmental Electrochemistry Lab)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묻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좋다.’고 했던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세계로 뛰어들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교 3학년인 나에게 있어 약 두 달간의 연구실 생활은 그 어떤 활동들보다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교수님과의 세미나 그리고 함께 근무하는 다른 인턴들과의 만남으로 이제까지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 특히 나노융합학과의 연구실에서 연구중인 주제들과 나노 과학 기술에 관한 논문 검색과 공부는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 그 이상의 것을 가져다 주었다.

 

 

멀리 보기 위한 잠시의 휴식

일반적인 기업체나 회사 같은 곳보다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혹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의 인턴을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중학생 때부터 막연히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고만 생각했지 실제적으로 연구를 하는 과정이 나의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내가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학과 선택을 할 때도 후에 어떤 과학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나마 다른 과목들보다는 조금 더 좋아하는 화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단계적인 목표들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야 했는데 막상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현재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던가, 대외활동을 한다던가 등의 일을 닥치는 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해 왔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것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었으며 어느 순간 내가 그 불안감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휴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꿈을 향한 한 걸음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공계열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의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변리사나 공무원 시험, 취업 등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너무나도 다양했기에 한동안 직접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주력했다. 그리고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 향후 진로를 확고히 하고자 했으며 인턴 경험을 통해 이 곳의 생활을 직,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게 되기를 기대했다. 이것이 후에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과 상관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매사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유, 책임 그리고 사람들

연구원이나 대학원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거의 맞아 떨어졌다. 우선 시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 연구실 구성원들끼리의 관계가 수직관계도, 수평관계도 아니라는 점, 인턴 신분이기에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이 이 곳 생활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었다. 암묵적으로는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이라는 약속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서로의 출퇴근 시간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연구실에 앉아있는 시간에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거의 전적으로 나의 의지에 달려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할 일은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했기에 나 자신에게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약 두 달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이 곳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이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강한 수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이라는 특별한 환경과 일반적인 관계 속에서의 갈등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상사가 그렇듯이 교수가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는데, 이 방식이 자기의 방식과 충돌할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한 번쯤은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연구에 대한 열정이 보인다는 점, 그리고 실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연구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내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의 문화 속에서 짧게 5, 길게는 10년 이상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젊은 날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이 재미있는 연구를 해야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달 간의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인턴 생활이었지만 인턴 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연구를 하게 되더라도, 연구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마라톤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목표에 대한 강한 의지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일 것이다.

 

 

끝나지 않은 인연

인턴 기간 동안 직접 맡아 가르쳐준 최은진 언니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학원에서 자기 연구 할 시간도 부족하고 피곤할 텐데 덕분에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실험은 같이 하지 않았지만 NMEC 연구실의 봉성율 박사님, 장병철 오빠, 우승희 언니, 박승근 오빠, 하정현 언니, 권파 오빠와 MT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구리 관련 실험을 진행하는 신동훈 오빠 실험을 좀 도와주기로 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지난 인턴 출신인 이채동 오빠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장 친해진 우리 연구실 인턴 혜민언니, 태현언니, 도연언니! 철부지 동생이랑 잘 놀아줘서 고맙고. 나노융합학과 인턴들 생각보다 재미있는 박준용 오빠, 놀러 가고 싶었지만 안타까웠던 구본웅 오빠, 곧 울산으로 가게 될 독실한 기독교 조찬일 오빠 이외에도 다른 연구실의 안양 사는 이재하 오빠, 같은 연구실의 조상훈 오빠, 늘 유쾌하신 박시윤 오빠, 세상을 바꾸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박준우 오빠, 눈웃음이 아름다우신 김재민 오빠, 유머러스한 강재규 오빠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된 임건희 오빠! 매주 미팅 때마다 신경 써 주신 박원철 교수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김연상 교수님 모두 감사 드리고 나중에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