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적인 주저리2016. 12. 30. 05:24

2016년의 마지막 날은 정신없이 보낼 것 같아서 미리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오늘 늦게까지 깨어있게 되었다. 목요일 오후까지 정신없는 일들이 대충은 마무리되어서 다행히도 오늘 밤은 개인적인 여유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은 바이바이...? 오후와 저녁에 연달아 마신 커피가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다행히도 아직 졸린 느낌은 없다.


요즘은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은데 막상 어제, 그제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그때 그때 짤막한 글을 써 두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오늘 두세시간에 걸쳐 올해 찍은 모든 사진과 캡쳐해 둔 것들, 다이어리를 읽어보면서 당시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되돌아 봤다. 하루하루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지만 분명하게도 거기에는 성장해가는 스물 여섯의 내가 있었다.



올해 벚꽃이 피기 전까지는 하늘 한 번 볼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4월 초가 되고 나서야 주변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4월의 벚꽃 아래서 잠시 숨돌리는 틈을 가졌다. 새삼 이렇게 봄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내 취향대로 만든 데리야끼소스 야채볶음 치킨마요 덮밥.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 4~6월에는 한창 여러가지 요리에 도전하는 데에 빠져 있었다. 물론 누군가를 초대한 적도 없고, 같이 먹은 적도 없었지만 그 시기의 유일한 낙은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매일 무언가 새로운 요리를 해 먹는 것이었다. 혼자 먹어도 나름의 격식을 차려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런천매트를 비롯하여 각종 식기들을 샀다. 이미 레시피가 알려진 요리를 따라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창작 요리였는데 감각이 있는 건지 딱히 못먹을만한 음식이 나오진 않았었다. 한창 탄수화물을 줄여보려 노력했던 때라 주로 고기와 야채 조합으로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한테도 보여주진 않았지만 먹기 전엔 꼭 사진을 찍어두었다. ㅋㅋㅋㅋㅋ



유월의 어느 우울했던 날. 다시는 이런 상황, 기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거의 잊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그날이 생생히 떠오르는군.ㅜㅜ 여름 휴가를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며 스카이스캐너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기분이 최악인 날에 종종 찾는 나의 부스트업 메뉴는 휘핑크림을 잔뜩 올린 달달한 블렌디드 음료인데 평소 한끼 식사에 버금가는 가격과 사악한 칼로리를 자랑. 그래도 이걸 먹으면 기분이 꽤 나아지곤 했었다. 그래도 이 이후에는 우울해서 이런 일탈(?)을 감행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조만간 다시 찾을 느낌이긴 하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7월 아일랜드로의 꿀같은 휴가. :-) 더블린 템플바 주변의 아이리시 펍들에서 항상 흘러나오는 전통 음악들도 좋았고, 흥겨운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고, 예쁜 조명, 거리의 분위기, 선선한 날씨. 모두가 다 좋았다. 이와는 대조되는 주변 도시 브래이와 호쓰의 한적한 분위기와 바다도 매력있었다. 골웨이에 갔을 때는 죽기 전에 여길 다시 한번 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모허 절벽의 풍경이 아름다워서였기도 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조그마한 도시에 다시 발을 붙일 기회가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 생각이었다.



올해 한창 맨부커상 수상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8월즈음 읽었다. 생각보다 난해한 전개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매달 한 권 씩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은 꼭 샀으니까 최소 열두권 정도는 읽었겠군. 최근에 읽은 책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인데 이건 생각 정리를 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다. 올해는 의식적으로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멀어질 것만 같아서. 아마 귀향을 시작으로 데드풀, 아가씨, 터널, 부산행, 덕혜옹주, 밀정, 마스터, 쿵푸팬더3,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라라랜드, 곡성, 나의 소녀시대, 대니쉬 걸, 좋아해줘 등 총 15편의 영화를 봤다! 물론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쓴거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지도...? 올해는 영화를 몇편 못봤다고 생각해서(체감상 한 4, 5편 정도?) 항상 '아 영화본지 너무 오래된거 같아.' 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봤구나! 뿌듯. 내년에는 영화나 책을 보고나서 간단한 감상평을 써 두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영화나 책이 어떤 '느낌' 인지는 알겠는데 세세한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가끔 답답할 때가 있으니까.



9월 23일 생일 당일 가족들 깜짝 만남! :) 맥주 한잔 cheers! 행복하고 또 감사했다.



아디다스 마이런 10 km 코스 완주! 올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꾸준하게 체력 기르기와 10 km 마라톤 완주하기였는데 예상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사실 언젠가는 하프나 풀코스도 뛰어보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내년엔 15 km 목표로...? 완주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뿌듯함과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최근 몇년간 성취감에 목말라 있었는데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났다. 매주 2번은 PT, 여유 있을 땐 개인운동까지 4번정도 1시간씩 헬스를 계속하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체력이 붙는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약간 살빠졌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기를ㅋㅋㅋ 그리고 오늘!!! 드디어 상체운동 5 kg 덤벨에서 6 kg 덤벨로 레벨업했다! 처음엔 5 kg도 좀 무겁게 느껴졌는데 점점 가볍게 느껴지는게 신기하당... ㅎ_ㅎ 기분좋은것 ㅠㅠㅠㅠㅠ 바벨스쿼트랑 데드리프트도 더열심히해서 중량좀 늘려야지. 바디프로필 내년엔 찍을 수 있겠지!!! 아 근데 타고난 성향은 바꾸기가 힘든 것 같다. 아직도 운동하는게 '재미' 있지는 않은 듯 ㅠㅠ 내년엔 재미좀 붙었으면.



혼술남녀 볼때 즈음 한참 신인 배우 '공명'에 빠졌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외모나 체격이 취향저격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한때 공명 남친짤에 빠져서 모은것들...ㅎㅎ... 물론 태양의 후예를 볼 때는 송중기, 치즈인더트랩을 볼 때는 박해진,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볼때는 박보검, 질투의 화신을 볼 때는 조정석이 좋았지만. (지금은 도깨비의 공유, 이동욱, 육성재ㅋㅋㅋㅋㅋㅋㅋ 공동재!) 딱히 폰 배경으로 해놓을게 없어서 시간 때울때 보는 드라마 주인공들로 해놓다 보니 뭔가 많이 모았당. 그래도 나는 공명이가 최애ㅎㅎㅎ



가장 최근 12월, 일본 미야자키/후쿠오카! 마냥 놀러다닌 것도 아니었고, 바빴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가 되는 시간이었다. :-)



올해는 처음으로 1원 단위까지 꾸준히 수입과 지출 가계부를 썼다.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달 개인적으로 쓰는 용돈을 얼마정도로 잡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여행에 있어서도 지출을 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었다. 유료 어플이지만 굉장히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편한가계부. 처음에는 지출 항목을 분류하는 데에 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 예를들어 친구가 밥을 사고 나는 커피를 샀는데 이걸 식비에 넣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모임비에 넣어야 할 것인가...-_- 딜레마 -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내년엔 데이트라는 항목이 생길까나...?ㅋㅋㅋㅠㅠ 학부때부터 모았던 돈은 예금으로 묶어두고 소소하게나마 적금도 하고있는데 이렇게 모아서 나중에 어디에 쓰나 싶기도 하면서도 막상 모으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모으고는 있다.

물론 올해가 이틀 남았긴 하지만 1년 통계를 보니 재미있었다. 역시 이시대의 흙수저답게 월세를 포함한 관리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썼고, 그 다음이 여행, 식비 순이었다. 생각외로 교통비가 꽤 많이 들었는데, 아마 이건 1, 2월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고 많이 썼던 것 같다. 생각 외로 미용-_-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는데 화장품과 미용실이 거의 같은 비율로 미용 항목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의복에도 꽤 돈을 썼는데 왜 당장 내일 입을 옷이 없는걸까... 이건 정말 의문.



최근에 들었던 노래에 치우쳐져 있긴 하지만, 랜덤으로 듣다가 귀에 꽂히는 노래들에 표시해둔 나의 음악 좋아요 목록. 멜론에서 벅스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개 없지만 내년에는 플레이리스트가 좀더 풍성해 졌으면 좋겠다. 올해 제일 마음을 울렸던 노래는 한동근의 노래.



오늘 산 연말 카드 :)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예뻐서 4장을 샀는데, 사고 보니 카드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계속 생각나서 어떻게 해야하나 살짝 걱정이다. 그리고 몇시간 뒤에 일어나야 하는게 제일 걱정!!!


2016년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소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인 해였다. 아직도 내 인생에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그만큼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좋은 사람이니까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에 앞서 좀 더 나를 사랑해주어야겠다. 사랑 충만한 2017년이 되기를! 2016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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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