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 잔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사람들 속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술 한잔만이라도 마음 편히 마시고 싶어 혼자 마시기도 하고

앞이 안보이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골치 아픈 걱정거리를 내려놓기 위해 혼자 마시기도 한다.


바쁜 하루 끝에 마시는 술 한잔

나 혼자만의 시간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내일도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하다.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날,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픔을 나누기 보단 혼자 삭히는것이 
이렇게 혼자 마시는 한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혼술을 한다.



최근 우연히 보게 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중 마음에 와 닿았던 주인공의 대사이다.




ㅇㅇ=[출처] 혼를르술하는 이유|ㅇㅁㅁㅁㅇㄹㅇㄹ작성자 에리사

ㄴㄴㄴㄴㄴ최근들어 우연히 보게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대사다.


올해 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마시는 술, 즉 혼술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생각이 복잡할 때, 그리고 위로가 필요할 때에는 가볍게 한잔씩 하고 잠에 들곤 한다. 오늘은 포도주스, 토닉워터, 앱솔루트를 조금 섞은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을 올리브 절임, 블루베리와 곁들이고 있다. 나름 취중일까나.


자정을 넘기는 오늘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지 꽤 고민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에서 가장 편한 차림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일'이라는 것 자체에 크게 들뜨거나 12시 정각에 축하한다는 연락이 없다고 해서 섭섭하진 않다. 아마 오늘 하루가 끝날 때 까지, 기대했던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해도 딱히 서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오늘이 다 지나봐야 알겠지만)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는 거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순간으로, 여섯살 즈음 부터는 확실히 그랬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래왔다. 엄마 말씀으로는 세 살 생일 때도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한다. 물론 축하 노래는 다른 노래보다 짧아서 눈물이 나오려는 순간에 겨우겨우 삼키고는 하지만, 가끔 노래 말미에 눈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내 생일에는 주변에서 왜 우냐고 물어보면 "감동 받아서"라고 둘러댈 수라도 있는데, 문제는 내 생일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 생일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 생일에도 내가 노래를 부르면 어김없이 눈물이 나오는 바람에 왠만하면 잘 부르지 않으려고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지는 못하고 중간중간 겨우 부른다. 뭔가 케이크와 촛불과 그 오묘한 분위기, 그리고 생일인 사람을 위해서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는 고마움?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 데 합쳐져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아니 왜 나만 슬프지? 이유를 좀 찾을 수 있었으면.


가끔 맥주를 한 캔씩 할 때마다 기념삼아 캔을 하나 두개 모으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도 오늘 세어보니 딱 스물 여섯개가 있다. 그리고 선물 받은 것, 뱅쇼 만들려고 산 것, 기분 내려고 산 빈 와인병이 4개 있고, 냉장고에는 지현이가 킵해놓고 간 앱솔루트 시트론, 이번에 아일랜드에서 사온 베일리스와 작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사온 초코맛 리큐르가 한 병 있다. 왜 모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_- 예전에 포켓몬이나 카카오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 모으는 기분이랑 좀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요즘은 날씨가 정말 좋다. 도시락 싸서 카메라랑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아 어딘가로 소풍 가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없는게 문제지만.) 가을 꽃 가득한 곳에서 한 나절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하늘을 보며 잠깐 감상에 젖기도 하는데 그렇게라도 있다보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지는 기분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어딘가를 뒤져보면 보내지 못한 글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당장 그 순간에는 보낼 수 없었던 것, 차마 부끄러워 전할 수 없어 가지고 있던 것, 한 번에 전해야지 생각했다가 전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감정이 북받치면 그 감정을 한껏 담아 글을 썼다가 나중에 읽으면 부끄러워 질 것 같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보내야지.' 했다가 후에 읽어보고 '이건 왠 궁상이람' 하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하는, 방법조차 없는 소식이라도 글로서 독백처럼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다. 프리스타일의 '수취인 불명' 처럼.


오늘따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괜히 연락했다가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잘 지낸다는 의례적인 인사와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인사치레와 함께 어줍잖은 인맥관리로 끝날 것이 두렵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서서히 멀어지고, 결국엔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지.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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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