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꼭 '여름 휴가지 추천 도서' 등과 같은 이름으로 몇몇권의 책이 추천되고는 하는데, 여태까지는 거의 여행에 짐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따로 책을 챙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왠지 이번 휴가는 '여유'가 테마였던 만큼, 두권의 책을 들고 아일랜드까지 갔는데 그 중 하나가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였다. 다른 하나는 '오베라는 남자'.



수필형식이라 쉬운 단어들로 쓰여있어 술술 쉽게 읽힌다. 가볍게 서점에서 읽어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 혹은 선물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


이 책을 읽다 보니 열아홉살에서 스무살이 되던 그 해가 생각났다. 열아홉-스물 사이의 경계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어서 지난 십대를 되돌아 보는,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스물아홉에서 서른 사이의 경계는 언제 어떤 곳에서 맞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대를 거치는 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누군가에게 검사받는 기분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책의 주인공은 서른이 되는 그 날에 죽기로 결심한 후 여태까지는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들에 도전하게 되고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용감해진다는 말처럼 아무런 주저 없이 무엇인가에 도전장을 내민다. 나에게도 더이상은 내려갈 곳이 없을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너무나 괴로웠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선택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하기 싫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지만 잘 이겨냈고 그로 인해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태함과 무기력함은 스스로를 나약하게 하며 되려 자책하게 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작은 시간을 쪼개 쓸 때 더욱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와 미련은 남지 않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책의 주인공도 매사에 열정을 다했기에 삶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First things first, cheer up!

Posted by 곰지하